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겨울 지리산 종주
1월 23일 25일까지 2박3일 간 지리산 봉우리 끝에서 끝까지 [2회]
노고단 종주시작 지점에서 12시에 출발하다.
맑은 햇살에 빛나는 상고대가 눈부시다.
노고단에서 오늘 목적지인 연하천대피소까지는 약 10.5km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간 휴식 시간을 감안해 5시 전후에 도착하면 된다.
지난 12월 말, 덕유산을 종주했을 때 러셀이 덜 된 3Km를 3시간 넘게 걷느라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서 오늘은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걸을 셈이다. 말로만 듣던 지리산 종주를 몇십 년만에 도전한 일행도 있고, 태어난 지 15년도 안돼 도전하는 일행도 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출발한 팀으로서는 늦게 출발한 때문인지 천왕봉 방향으로 걷는 산행객은 드물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산행객들만 드문드문 보일 뿐, 지리산 산행으로서는 무척 한적하다.
날씨도 무척 푸근하다.
배낭에는 반쯤 채운 작은 물병이 하나 있을 뿐이다. 노고단에서 1시간 2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임걸령에서 다시 채우면 된다. 몇 년 전, 한라산을 오를 때 빡빡한 시간 때문에 물 마실 시간조차 부족해서 타는 목마름을 주변의 흰 눈을 입에 넣었다 뱉어 내기를 반복하면서 걸었던 경험이 있어서 물 걱정은 하지 않았다.
12시 40분에 임걸령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임걸령삼거리는 피아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20여년 전, 장마철에 피아골에서 친구 넷이서 무거운 텐트에 배낭에 미끄러운 산길을 걸어 여기까지 올라 오느라 고생 좀 했는데…
13:25에 노루목을 거쳐 오늘 산행코스의 중간 지점인 삼도봉에 도착.
남서쪽으로 무등산 능선과 북서쪽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것이 덕유산 능선이란다.
한달 전, 덕유산을 올랐을 때 멀리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 지금 서있다.
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 3도가 접한 봉우리라고 하여 삼도봉이다. 화개재까지 1시간 20분 코스라고 나왔는데, 화개재를 1Km 정도 앞두고 있는 지점까지 1시간 25분이 걸린 것을 보면, 여유를 부리면서 걷는 셈이다.
▲ 전라남도 방향에서 경상남도 방향을 방향을 보고 찍은 사진
삼도봉에서 화개재를 넘어 토끼봉과 영선재를 거쳐 목표 지점인 연하천대피소에 다다른다.
▲ 삼도봉 소나무 위의 눈이 녹으며 흘러내린 물이 고드름으로 열려있다.
여기서부터 다른 산행객들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곳 지리산으로부터 가까운 순천에서 출발한 팀들을 만났다. 몸이 조금 무거워 보였는데 친구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가볍지 않은 몸을 이끌고 겨울 산길을 걷고 있었다.
이 구간은 계단도 많고 비교적 오르막 길도 많은 편이다.
앞서 묵묵히 걷던 요한의 스틱이 어째 어색해 보인다. 아니… 스틱촉이 달린 앞 부분이 스노우바스켓과 함께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느슨하게 조여진 탓이었는지, 계단 사이로 끼어들어갔다가 빼는 힘에 빠져나간 것으로 보였다.
얼른 아버지의 스틱 세트로 바꾸고 요한의 나머지 한 쪽 스틱으로 걷기 시작.
포근한 날씨에 녹아 내린 눈길이 아이젠을 신었어도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게 했다. 해를 바로 받는 남쪽 능선 구간에서 특히 이런 눈길이 많았다.
해도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몸에서도 피곤한 느낌이 밀려오기 시작할 무렵, 연하천대피소가 보인다.
17시 35분 도착.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다. 20여 년 전에 산장 앞에서 야영을 했던 기억인데. 아담한 산장이라서 사람으로 붐비지 않았다.
'산과 바다는 오뉴월 없다'는 말처럼 낮에 포근했던 기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식사 후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꽤 잤다고 생각했는데 요한 군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다녀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들어오지 않아 옷을 챙겨 입고 나가는데 요한이 막 숙소로 들어오고 있었다.
"밤 하늘의 별을 구경했다"고 한다.
"별 구경을 함께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작은곰자리 외에는 아는 별자리가 없지만, 우리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보았다. 다이아몬드 자리, 독수리 자리… 계속 별자리를 쳐다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별들이 움직이며 춤을 추는 거 같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가슴은 마구 벅차 오른다.
그런 느낌을 요한도 받았나 보다.
부자가 오랜만에 이곳 지리산 밤하늘 아래 태고 이래 조상들이 느꼈을 그 엑시타시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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