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떠나며
우리가족은 2010년 2월 12일로 결혼 10주년을 맞았고, 큰아이가
지난 7월 17일 과천 별양동 성당에서 첫 영성체를 하는
기쁜 일이 있었다. 그 동안 우리가정에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들렀던
성지 순례기를 어떻게든 하나로 묶어보고 싶었다. 막상 원고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너무 부족한 것들이
많아서, 마침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함께 약 3주간의
일정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성지를 준비된 계획 아래 다시 한번 순례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아이들은
학원도 안가도 되고 문제지도 안 풀어도 되니 ‘오케이’였다.
신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원로 교수 신부께서 고해성사의 은총에 대해 설명하시며, ‘고해소는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은총을 받는 곳’이라고 강조하셨다. 나에게 있어 성지순례는 고해소의 은총과 같다고 생각한다. 성지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은총의 힘이 우리를 감싸고, 감히 비기지 못할 신앙 선조들의 일생을
묵상하면서, 더 굳건한 신앙의 삶을 살아갈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한 전국 성지순례에서 우리부부는 각 성지마다 우리부부와 아이들의 일생을 봉헌하며 하느님께서
우리가족에게 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묵상하고 그 뜻에 맞는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함께한 순례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었다. 순례의
경험은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간직할 큰 자산이 될 것이며 우리부부에게도 이 순례는 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