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아두세요~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의 성당에는 1846년 9월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최초의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제단에 모셔져 있다. 사제를 지망하는 신학생들이 매일 그곳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올바른 사제성소의 꿈을 키워나간다. 가톨릭대학 성신교정의 모태는 1855년 충북 배론의 교우촌에서 출발한 성 요셉신학교이다(아래 세 번째 사진 참고). 용산의 예수성심신학교를 거쳐, 1945년 오늘날의 혜화동 경성천주공교신학교로 자리잡았다. 1947년에는 성신대학으로, 1957년에는 가톨릭대학으로, 1995년에는 섬심여대와 통합하여 성심∙성의∙성신교정을 가진 가톨릭종합대학으로 부상하였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90-2(02-740-9714)
순례의 핵심: 성당 제단에 안치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
주의할 점: 신학교라는 특수성으로 성소주일이나 축제 때에만 일반인에게 개방
우리 가족의 첫 순례지는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가 모셔진 성당이 있고, 그곳에서 거룩한 성소의 삶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우리 가족의 성지순례 취지와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성신교정은 나의 모교이기도 하다.
차로 이동하면서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아이들에게 오늘 순례할 신학교에 대해 간단하게 얘기해 주었다. 신부님이 된다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모신 성당을 순례하러 가는 것이라고 하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주일학교에서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며 초등학교 3학년인 오빠와 2학년인 그 누이 동생이 아는 체를 한다. 신앙 때문에 젊은 나이로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애기해주었다. “아무리 순교자들이 신앙 때문에 하늘나라에 가더라도 죽는 것은 슬픈 것이지 설마 싱글벙글 하면서 돌아가시겠냐?”고 둘째 소은이가 말한다. “그렇긴 하지만 순교한 즉시 천국에서 행복하게 사실 것이다”라고 덧붙이자 듣고 있던 큰아이가 “순교자 분들은 죽자마자 하늘나라로 고고 씽(Go Go 씽)”이라고 말한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맞다! 순교자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의 길을 확실하게 깨달은 분들임에 틀림 없다.
수정원 앞에 세워진 성신중고등학교 터였음을 알려주는 기념비
배론성지에 있는 초대 신학교 모습
막내: 엄마, 여기 좋다. 우리, 여기서 살아요. 둘째: 여긴 대학교란 말이야!
아빠: 정민아, 여기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막내: ?
엄마: 음… 신부님이 되면 살 수 있을 거야.
막내: 아~니… 그거 말고!
정원 한편의 성모님께도 인사 드리고 신학교 성당 뒤편 연못 근처로 차를 옮긴 후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를 보며 녹음으로 우거진 낙산성벽 길을 걸었다. 아이들의 아빠도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다며, 이곳 저곳 사진을 찍었다.
성신교정 성당 앞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상
실제 크기로 건조, 전시된 라파엘호(제주 용수리 포구 성지)
힘들게 다시 시작한 공부에서 신학을 택한 것은 어머니 간병을 통한 깨달음 때문이었다. 누워 계신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며 깨달은 것은 ‘이 세상의 가치들은 영원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나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의 근원이 하느님이어야 한다’였다. ‘하느님만이 나와 내 인생의 주님’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학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어서 택한 것이 바로 신학이었다. 고통을 통하여 하느님이 나에게 큰 은총을 주신 것이다.
교정 곳곳에 외줄을 타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나팔꽃이 보였다.
육체와 마음의 교만이 유혹하는 이 세상에서 진리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아파하는 곳에 가서 그들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신학생들! 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인간의 능력이 아닌 성령의 지혜와 부르심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현실로는 고달팠지만 주님 안에서 행복했을 김대건 신부님의 일생도 다시 떠올려 본다.
성신교정 신학교에는 깨끗한 강의실과 많은 도서를 비치하고 있는 도서관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이 있다. 그 전통은 기말고사 때마다 한두 마리씩 어디론가 사라졌던 ‘멍멍이들’을 통해 확인된다. 특별한 영양식이 없었던 한국 초기교회 사제들이 지친 복날 보신탕을 드시곤 했다는데, 그걸 기억하기 위해 그들만이 갖는 행사가 아닐까?
가을이면 떨어진 단풍잎을 밟으며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성벽 길과 연못도 성신교정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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