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편한 글이 좋은 글이다. 앞에서 좋은 글을 설명하면서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토씨를 잘 선택하라' 등을 강조한 것도 사실은 읽기 편한 글을 만들라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음악의 생명은 박자다. 아무리 좋은 악기로, 아무리 좋은 목청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도 박자가 맞지 않으면 듣기가 거북하다. 글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박자가 있어 박자가 잘 맞아야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글에도 박자가 있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자주 멈추어 서서 앞 문장을 다시 더듬어야 뜻을 알 수 있고 문장을 다 읽었는데도 개운치 않은 것은 박자가 맞지 않아서, 즉 숨 고르기가 잘 되지 않아서이다. 이러한 글을 딱딱하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용모를 더욱 단정히 하라고 했다.' 문장 구성이나 내용전달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글인데도 두 손 깍지를 거꾸로 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숨 고르기가 맞지 않아서이다. 끝 부분의 '했다'를 '말했다'나 '훈시했다'로 하면 숨이 맞아 떨어진다.
음률에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가락은 2 3조, 3 4조, 3 3 4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음미하면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음절로 글을 꾸며야 숨 고르기와 맞아떨어진다.
글에도 박자가 있다.
우리나라 말을 보면 주어와 목적어가 되는 명사의 경우 세 음절이 가장 많다. 송아지 강아지 다람쥐 여드름 키다리 귀틀집 서까래 등이다. 또 형용사의 경우 네 음절이 압도적이다. 아름답다 시원찮다 부드럽다 깔끔하다 재빠르다 캄캄하다 간지럽다 등이다. 그리고 동사의 경우는 두 음절이 두드러지게 많다. 가다 오다 먹다 죽다 자다 맞다 치다 뛰다 넘다 등이다. 전래의 우리 가락과 무관치 않은 구조다.
2음절의 동사를 4음절로 바꾸기
3 3 4조의 박자를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위의 예문에서처럼 두 음절로 문장의 끝 부분을 마무리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데 숨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두 음절인 동사를 세 음절이나 네 음절로 늘려 쓰는 편법을 쓴다.
가버리다. 먹어 치우다 뒈지다 얻어맞다 넘어가다 등이다. 글을 다 쓴 다음 목소리를 내어 차근차근히 읽어보면서 맞지 않는 숨 고리기를 찾아내 교정하면 딱딱하던 문장도 금세 부드러워진다. (출처: 인사이트북스 insight.co.k, 글: 최병요 저널리스트)
친절한 국어문법(쉽게 바로 바로 써먹는..) 싸피엔스 출판사, 김남미 저 (0) | 2011.09.08 |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