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약수, 오세암, 대청봉, 백담사….
수학여행과 가족여행지로 누구나 한번쯤 가본 그곳.
추억과 이야기가 주르륵 흘러나오는 산이다.
지금은 속초까지 2시간 10분이면 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 되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바라본 운무
신록이 한창 짙어가는 이 계절, 설악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까?
한계령휴게소에서 시작한 산행은 끝청, 중청, 대청봉을 거쳐 소청산장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소청산장은 최근 새로 개장하여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미리 예약해둔 곳에 저녁 7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한복 빛을 닮은 산철쭉
▲산행중에 만나는 이름 모를 작은 꽃이 인사를 걸어온다.
소청에서 내려다 본, 해질녘 노을의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밤 하늘의 별빛은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되고도 남는다. 저 아래로 불빛이 반짝이는 곳은, 불교신자라면 일생에 한번은 꼭 찾아오고 싶어하는 봉정암이다.
소청산장에 먼저 도착한 산행객들이 멋진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서 실내 취사장에서 준비해간 채비를 풀었다. '빠르고 간편하게'가 기준이어서 가벼운 가스버너에 김치찌개를 순식간에 끓여 국물을 만들고 미리 조리된 훈제 오리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산장은 물이 귀한 곳인데, 다행히 이곳은 물이 나와서 취사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딺에 절은 몸은 어쩔 수 없다!
▲ 소청봉 쪽에서 내려다본 공룡능선
동화로 소설로 만났던 오세암은 그곳에서 보이지 않지만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전설의 현장을 가보고 싶어진다.
▲산도 아름답지만 신록이 깊어가는 나무도 너무나 아름답다.
소청산장에서 한 시간 못 걸쳐 내려가면, 몇 년 전 에베레스트산 등정 훈련중 눈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넋들을 기르는 희운각이 자리한다. 여기서 내설악 쪽에서 타는 공룡능선의 시작이다.
▲ 저 소나무…
공룡능선은 설악산을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코스일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던 아름다운 산봉우리 속으로 직접 들어가 설악산의 속살과 마주하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산행객이 "아, 예쁘다" 하길래 쳐다봤더니 인사를 걸어온 작은 꽃
공룡능선은 스테고사우러스의 등처럼 뾰족뾰족한 산이 많아서 유래했다는 설과 마등령(馬等嶺 또는 麻登嶺)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麻登嶺이라는 말은 너무 가파라서 기어서 올라 다녔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공룡에서 유래했다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이름이 아닐지 싶다. 우리 나라 지명 가운데 말과 관련된 곳이 적지 않은데, 여기서도 말과 관련된 지명이 나왔다(말의 머리 같은 형상이라 하여 '몰막끝'이는 지명을 쓰는 곳도 있었다).
소청에서 시작한 코스는 마등령에서 마친다고 볼 수 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는 길이 매우 험준했다. 오는 길에 금강굴에 들러본다면, 살뜰한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끌고 금강굴에서 바라다본 설악산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설악산은 산세도 아름답지만, 예쁜 꽃도 많다. 사운드오브뮤직 영화 때문에 누구나 아는 에델바이스, 아니 솜다리가 우리 설악산에서도 자란다. 직접 보지는 못했다. 목공소에서 나무로 화분을 만들어 심은 나무가 노루오줌나무였는데, 이곳에서 꽃으로 만나니 더 반갑고 신기하다.
▲에델바이스로 더 잘 알려진 솜다리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꽃 이름에 비해 꽃이 너무나 예쁜 노루오줌 꽃
엄마아빠 손잡고 올라온 아이들도 보였지만, 그 높이와 위치에 압도됐다. 비선대의 옥수는 예전처럼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서 쳐다보는 그 모습만으로도 도회지 생활의 노곤함이 저절로 날아간다.
▲ 금강굴에서 바라다본 권금성 쪽 설악산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다시 만나자고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금강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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