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사무실로 출근하며
이틀전 화재로 뻥뻥 구멍 뚫려있는 삼성 SDS 건물을 쳐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화재면 크게 보도되었을 거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 너무나 가슴아픈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과천 삼성SDS 건물 화재는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조용해지는 듯 하다.
화재가 진압된 SDS 건물 외벽을 다시 쳐다보니
마치 지금 우리 사회의 뚫린 양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보기에만 단정하고 멀쩡한 모습들.
그 속에서 점차 병들어가던 것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이러한 참사를 불러온 것이 아닐까?
며칠 동안, 사고 후 구조 뉴스를 접하며,
신기하게도 이제까지 자신과 협상하며 마음 깊숙이 묻어버렸던 죄들이 갑자기 마음을 짓눌렀다.
'맞아! 나도 이렇게 심각한 잘못을 저질른 적이 있었는데~~'
공포와 고통 속에서 순식간에 그리고 어느 시각인지도 짐작할 수 없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을 겪었어야 했던 이는,
그 어린 학생들이 아니라 바로 나, 우리 기성세대였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는, 자라나는 구성원들의 안전과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성세대와 이 사회는 이 커다란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진정한 리더십이 부족한 선장 등 사회의 어느 한 부분만을 탓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이러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이기적 가치관을 조장하는 데 반대하지 않은
나 자신의 책임과 죄악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아이의 자녀인 나를 비롯해, 내 주변의 평범한 어머니들,
정말 헌신적으로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힘쓴다.
급식 검점 도우미, 엄마 폴리스, 시험감독, 학교 청소까지...
우리 대한민국 엄마들의 아이들을 향한 정성은 끝이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관심을 돌려야 할 때인 것 같다.
당장, 사회 시스템을 안전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나를 대신해서 열심히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번 일을 통해,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우리 각자 스스로도, 바로 여기 삶의 자리부터 이기적 욕망을 누르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이타적 삶을 꿈꾸고, 실천할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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