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함께하는 것 '카모메 식당'
볼만한 영화목록에 들어 있어서 도서관에 가는 길에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DVD를 빌려와 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이다.
핀란드 바닷가 도시에서 아담한 체구의 일본인 여자 사치에가 카모메 식당(갈매기식당)을 열었다. 몇달이 되도록 손님 하나 없다. 조금만 매출이 줄어도 안절부절 못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 식당 문을 열고 몇 달이 지나도록 손님 하나 없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부러웠다. 사치에가 독백하는 장면에서는 늘 수영장이 나온다. 그는 합기도 수련 경험도 갖고 있다. 수영과 합기도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숲, 즉 핀란드의 하늘을 찌를 듯안 나무들로 가득한 울창한 숲이 더해진다. 카모메식당에는 식당 주인 사치에 말고 다른 3명의 여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1. 식당 주인: 사치에
2. 미도리: 눈 감고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여행온 30살 전후의 일본인 여자
3. 마사코: 50대 중반의 일본인 여자
4. 핀란드 여자: 남편에게 버림 받고 알콜 중독자가 된 여자
사치에는 삼각김밥(오니기리)을 주 메뉴로 이 식당을 운영한다. 핀란드라는 곳에 와서 현지인들에게 낯선 삼각김밥을 주메뉴로 식당 문을 열 정도의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기준이 분명한 사람임에 틀림 없다. 사치에의 차분하면서도 상냥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우연히 만난 또 다른 일본인인 미도리에게 자신의 집에서 머물도록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 품성도 거침없고 맑다.
‘잘 될 것이다’
첫 손님인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 청년에게 무료로 커피를 대접한다. 이 베풂이 나중에 그에게 더 큰 보답으로 되돌아 온다.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식당 일을 돕는 미도리가 광고를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뭔가 대책을 세우자고 함에도 느긋하게 ‘잘 될 것’이라고 답한다. 이런 마음의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메시지일까?
관계 속의 변화
공짜 커피 손님 외에는 발길 닿는 이가 없던 카모메식당에 작은 변화가 왔다. 사치에와 미도리가 시나몬롤(계피빵)을 만드는데 그 빵 굽는 냄새가 그 식당 앞을 지나다니던 할머니들을 끌어들인다. 사치에와 미도리가 즐겁게 만든 빵이 계기가 되어 손님이 하나 둘씩 늘어나게 되고, 애매한 표정의 중년 남성이 커피 드로핑 방법까지 알려줘서 커피 맛도 좋아졌다.
공감
네 명의 여자들은 그리 좋은 환경에서 살아오지 못했거나 지금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사치에는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지 아래서 직접 살림하면서 자랐다. 일년에 두번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셨던 못생겼지만 맛있었던 삼각김밥의 추억을 갖고 있다. 사치에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는 미도리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으로 보아 미도리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가장 나이 많은 미사코도 어머니, 아버지 병수발로 시간을 다보내고 혼자서 핀란드에 왔다. 핀란드를 찾은 이유는 ‘어딘지 여유로워 보여서’다. 그 여유로움의 이유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청년이 답한다. ‘숲이 있어서’라고. 여기서는 휴대폰이나 전자기계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오래됨
카모메식당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쳐다보면 좋을 영화다. 영화의 색깔이 무척 밝고 맑다. 하지만 카모메식당에서 새것(?)이라면 일본 애니메이션 애호가 청년뿐이다. 결혼한지 오래됐거나 결혼하지 않은 채 나이들었거나 한 사람들뿐. 멋진 외모의 배우는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마음결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변함
영화 속에서 사치에와 미도리가 나눈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미도리: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 제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사치에 씨가 쓸쓸해질까요?
사치에: 돌아가세요. 미도리 씨 인생도 있으니까…
미도리: 쓸쓸하지 않다는 말이군요?
사치에: 쓸쓸하지 않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 하지만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없죠. 사람들은 변해가니까요.
미도리: 좋은 쪽으로 변해가면 좋을 텐데.
사치에: 아마 그럴 거예요.
사치에가 담담하게 인연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익숙함
왜 사치에가 독백하는 장면마다 수영장이 등장할까? 우리의 삶도 수영처럼 몸에 힘을 빼고 온 몸을 물에 맡길 때 두둥실 떠오를 수 있다는 말일까? 핀란드 사람들이 낯선 삼각김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우린 익숙한 것만 받아들이려 하고 낯선 것은 받아들이기를 힘들어 한다. 하지만 사랑은 낯선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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