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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섬돔 밤낚시

햇살가족 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8. 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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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내려온 여동생 식구들이 밤낚시를 간다고 분주하다.
방금 전까지 예송리 몽돌밭에서 열심히 물놀이를 하다가
삼겹살에 갈빗살까지 구워먹고 오더니...
밤낚시 갈 마음에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마구 들떠있다.
어디에서 그렇게 힘이 나는지 너무나 열정적인 여동생 가족들...


섬마을로 장가든 본전을 뽑고야 말겠노라!

게중에 바닷가와 먼 곳 출신의 매제,
그동안 낚시 못한 한을 풀겠노라고 나머지 식구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태세다.
아버지를 모시고 막둥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라 몰막끝 새선창으로 나갔다.

어흑...
얼마나 잡겠다는 거지? 
커다란 얼음박스 두 개까지!
대단한 동생 식구들.

비가 내리지 않아 제한급수중인데도 선창끝 가로등은 벼락맞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어둬야 장어랑 괴기가 잘 문다 잉~"

아쉬워 하는 우리를 보고 하시는 아부지의 다독임에도
어둠 속에서 미끼 끼우고 낚아올린 고기 빼내기가 더둡기만 하다.

그래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계속 올라오는 강성돔과 장어들.
낚시꾼이들이 그 환장한다는 강섬돔이 낚싯줄을 흔들면 꽤 흥분된다.

배에 힘을 주고 닐을 힘차게 감아올리면
바닷물을 사정없이 내리치며 발버둥치는 힘센 놈들의 기세가 낚시꾼을 환장하게 하나보다.
때맞춰 터저나오는 조카들의 탄성이 온 사방을 울린다.


사촌 형제들의 기세에 잠깐 눌려있던 우리 막둥이,
감성돔 한 마리로 신고식을 한 이후
소식이 없다가 오랜만에 뭐 하나 낚아 올린다.
긴 게 올라왔는데...

다른 장어들과 달리
잡으려는 아버지 팔을 후욱 휘감는다.
말로 듣던 그 물뱀인가.
맛이 더 좋다는 갯장어일까.

불을 켜고 보니 물뱀은 아니다.
붕장어에 비해 몸이 시커먼 밀검장어다.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사는 장어라고 하여
예전부터 귀하게 여기던 그 장어를 우리 막둥이가 낚은 거다.

열두 시가 넘고 새벽 한 시가 돼서야
다음날을 위해 낚시 채비를 거뒀다.
씨알이 굵지 않지만 '썩어도 돔'이라고
강섬돔 여나무 마리에
아침 된장 장어탕용으로 충분할 정도의 장어까지 잡아올렸으니
식구들도 저마다 옹골져 한다.

"쩍어도 제맛 갖고 있는 놈들이 '강산돔'이다."
나이 드신 우리 아버지도 흐뭇하시나 보다.


강섬돔 몇 마리와 붕장어 여나무 마리를 낚아올렸을 즈음, 건너편 산꼭대기에 그믐달이 이삐게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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