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소백산.
몇 년 만에 찾아온 최강의 추위에도 강행했던 산행인데 최고의 더위라고 못할쏘냐.
그래도 연일 온도를 경신하는 이 더위가 조금 걱정이 된다.
새벽 5시, 국민은행 앞에서 모여 승용차 한 대로 소백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제천 희방사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희방사 뽀짝 아래에 주차하고 있는데, 웬 나이 지긋한 분이 내려오며
“왜 여기에 세웁니까?” 하고 살짝 실눈으로 쳐다보며 물어온다.
주차장 관리하는 분으로서 절에서 쉬고 내려오는 중이었나 보다.
'절에 왔습니다.'
일행 중 막내인 내가 얼떨결에 답했다.
뭔 세상에 절에 올라오면서 등산화에 배낭에 스틱에 모자까지….
참 나도 뻔뻔하구나!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담가보니 시원함이 느껴진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등산길을 재확인하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직 7시 30분이라서 그리 덥지는 않다.
^ 서로 사랑하는 나무
올라가다 보니…
아이쿠나!
물병에 물 채워오는 걸 잊었네!
다행히 조금 오르자 병아리 눈물(?)만큼 물이 흐르는 지점 끝에
옹달샘이라고 하기에는 옹색한 물이 고인 곳이 보였다.
“괜찮~어 물이 이렇게 시원하잖어.”
생수병 뚜껑 위의 작은 컵으로 조심스럽게 떠 담으며 베 산악대장이 말한다.
목이 말라 꿀꺽꿀꺽 시원하게 넘겼다.
나중에 보니 세상에나…
이물질이 꽤 보인다.
배탈은 안 나야 할 텐디…
처음 시작코스가 힘들다고 하여 각오를 했는데 그럭저럭 오를 만하다.
소백산 천문대가 잘 보이는 연화봉에 오르니, 차를 타고 오르셨는지 동네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앉아 계신다.
자칭 ‘미친*’이라고 하는 베 산악대장과 여기서 우리는 따로 움직여야 한다.
베 대장은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 산악마라톤 연습 삼아 먼저 쏘게 된다.
스 형과 나만 둘이서 오손도손 걸어야 한다.
비로봉 올라가진 전에 여름에는 머리가 벗어질 만큼 뜨거운 초목 코스가 있다는데…
그 코스가 늦봄에는 철쭉이, 여름이면 야생화가 만발하는 그 길이나 보다.
산 아래서는 연일 온도가 35도를 돌파하며 폭염경보 속에 외출 자제를 당부한다.
이 더위에 산에 오르다 쓰러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식구들과 이웃들한테 말 좀 들을 것도 같은데.
다행히 산을 오를수록 온도는 선선해진다.
산아랫 마을과 달라도 너무나 다를 만큼 시원하다.
나무 그늘 코스를 지날 때는 너무나 쾌적해 콧노래가 나올 정도다.
중간에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벌써 비로봉 정상을 찍고 베 형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머지 둘은 정상이 아직 어딘지 모르는 상태인데 벌써 정상을 찍고 온 60 중반의 베 형의 체력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는 비로봉 정상에서 비로사로 내려오면, 당신은 다시 희방사로 내려가 세워둔 차를 타고 비로사로 오겠다는 것이었다.
참 대단한 체력과 열정이다!
^ 파란 하늘 아래의 초원이 너무나 아름답다
^ 푸른 초원이 펼쳐진 소백산 정상
^ 비로봉에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 기념샷도 찍었다.
드디어 소백산 비로봉이다.
비로봉 주변에 펼쳐진 초원이 아름답다.
여름 햇살 아래 불어오는 바람 따라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었다.
^ 춤추는 초원. 초원 아래로 조성중인 소백산 정상의 주목 군락지가 보인다.
하늘은 맑았다.
파란 하늘 아래 둥글둥글 하얀 뭉게구름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따가운 햇살만 피하면 온도가 산 아래보다 10도 이상 낮아서 쾌적하다고 할 정도였다.
비로봉에서 영주에서 오신 60대 중반의 산행객을 만났다.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그분께서 5분 정도 저쪽으로 가면 에델바이스를 볼 수 있단다.
“좋지요.”
조금 걸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에델바이스가 풀숲 속에 조심스럽게 피어 있었다.
눈을 사로잡는 자태는 아니지만 깊은 산속에서 우아한 모습으로 피어 있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다. 에델바이스 표본을 보면서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그 꽃을 직접 만나고 보니, 민얼굴의 이쁜 연예인을 만난 느낌이랄까.
^ 우리말로 솜다리꽃이라는 에델바이스
산에서 만난 산 친구(?) 분의 안내를 받으며 비로사 쪽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다 그분만의 숨겨진 코스가 있다고 하여 안내를 받았다.
예전 화전민들의 생활 터전이었지 싶은 곳들이 나왔다.
폐허가 된 절터, 주인이 찾아오지 않아 나무가 자라는 봉분도 보였다.
중간에 누가 연결해 놨는지 파이프를 타고 시원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가는 이가 거의 없다.
돌아가며 등목을 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가볍게 씻고 났더니 날아갈 거 같다.
잠시 후 비로사 아래 주차장에 도착한 베 형으로부터 ‘어디냐?’는 연락이 왔다.
막걸리와 감자전, 도토리묵을 주문해 놨으니 빨리 내려오란다.
저 멀리 산아랫 마을 지붕이 보이고 그곳에서 아까까지 함께 있던 베 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으로 희방사-비로사 소백산 산행이 끝났다.
차 보닛에 말려 둔 수건이 금방 마를 정도로 더운 날씨지만 좋았다.
07:30 시작하여 14:00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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