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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람이 지나간 아침

햇살가족 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8. 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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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람도 지나가고 오늘은 가을 햇살 답게 해가 많이 기울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스산했던 어제와 달리 

깨끗하게 치워진 아파트 앞 마당이

어제의 움츠러들게 했던 위력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도록 한다.

 

몇년 전, 해담 대흥사로 들어가는 길에 그리 멀지 않은 

고산 윤선도 고택인 녹우당에 들렀다.

입구의 커다란 은행나무와 기념관, 연꽃 연못이 기억에 남는다.


임금님으로부터 하사 받았다는 녹우당은 원래 서울에 있던 것을 해체해

당신의 고향인 이곳 해남에서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깨끗하고 단아하게 잘 보존돼 있었다.

 



 

담쟁이                            

 

 

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를 가두었던 것들을
저 안쪽에 두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겠다.
지금도 먼 데서 오는 바람에
내 몸은 뒤집히고,
밤은 무섭고, 달빛은
면도처럼 나를 긁는다.

 

나는 안다.
나를 여기로 이끈 생각은
먼 곳을 보게 하고
어떤 생각은 몸을 굳게 하거나
뒷걸음질치게 한다.

 

아, 겹겹의 내 흔적을
깔고 떨고 있는
여기까지는 수없이 왔었다.


                                        _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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