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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과 부안 변산에서 보낸 2박 3일 여름휴가

햇살가족 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8. 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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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결정된 여름휴가.

3일로 잡은 휴가 첫날 일정은 관악산 등반.

과천에서 아이들의 외갓집이 있는 신림동까지.

당연히 산을 타는 코스다.


한여름에 웬 가족 등반?

이것은 우리집에서 움직이는 걸 가장 싫어하는  첫째 아이의 예상치 못한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 집 뒷산(관악산)을 넘어가 보면 어떤 마을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요.”


관악산을 넘어 외갓집까지

시원한 아침에 등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5시 반, 아니면 6시에?

아침?

당연하지.


"막내: 차 타고 가면 금방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걸어가요? 첫째: 말마라, 이 형탓이다!"


결과는 예상처럼 지켜지지 못했다.

일찍 출발하자고 했던 장본인이 가장 늧게 일어났다.

8시에 집에서 나와 김밥 몇 줄과 햄버거를 사서 과천외고 골목을 지나 관악산 초입에 이르렀다.

계곡물은 철철 흐르지 않았지만 졸졸 흐르는 맑은 물이 시원한 느낌을 줬다.


연주암에서 땀을 식히고 

올라갈 때는 별 소리 없던 아이들!

신림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해가 머리 위 중천으로 이동한 것이다.


막내: 차 타고 가면 금방인데 왜 힘들게 걸어요?

등산객: 고놈!

첫째: 내가 무슨 생각으로 가자고 했지, 허걱!!(첫째는 괴로움을 참고 말없이 걸었다)



 "둘째: 어머! 이쁘게 나왔다  막내: 형, 무슨 생각으로 산에 오르자고 했어?"



 "엄마: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관악산에 오르자!"


서울대 정문 옆 관악산 입구까지 내려오자 정오 근처가 됐다.

아이들은 이 더위에 1Km 더 걸어서 외갓집까지는 못 가겠다고 한다.

사실 엄마 아빠도 같은 생각.


택시 기본 요금으로 외갓집 식구들과 근처 식당에서 만나 불고기 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외갓집에 들어갔다.

이때 갑자기 함께 부안 변산으로 함께 휴가를 가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어쨌든 가야할 여름 휴가!

당겼을 때 가버리자.

 

갑자기 결정된 부안행

다음날 아침 6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목적지 부안에 10 30분께 도착하였다.

외사촌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누구보다 즐거워했다.

1차 목적지는 부안온천 근처의 부안에서 유명하다는 바지락요리집.


한적한 곳의 훌륭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마주하자 여행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해물 요리, 특히 바지락 등 조개로 만든 것이 무척 반가웠다.

뽕잎 막걸리도 한 잔씩!

 

"숙소에서 내려다본 변산 바닷가"



오전 11.

숙소에 도착하자 아직 방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고 2시 이후에나 입실할 수 있단다.

여기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가까운 변산해수욕장 옆 원광대 휴양소가 있는 해수욕장으로 출발.

마파람이 살랑거리고 뙤약볕이 너무 강해 시원한 느낌은 덜 났지만,

오랜만에 바닷물에서 헤엄치는 느낌이 좋다.

(마파람이 불면 바닷물이 뒤집어져 탁해지고 습도가 올라갔던 어렸을 적 기억에 따르면... 해수욕 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음) 


이 해수욕장에서 미션 수행을 위해 준비해간 양은냄비와 가스버너, 라면을 꺼냈다.

막내 정민이가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누워 있다.

하지만 라면 맛을 본 막내의 태도는 돌변했다.

더 먹겠다고.

소박해 보이는 음식이 더 맛있다!


 

느낌 좋은 곳, 내소사

바닷물에 한번 들어갔다 온 아이들은

너무 더워서 빨리 씻고 시원한 데서 쉬고 싶다고 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씻어내고 한숨을 돌리자, 다음 일정이 기대됐다.

내소사로.



내리 쬐는 7월 한낮 더위 속에 중3 조카와 어른들만 내소사를 찾아갔다.

절 입구 전나무 숲이 멋지다는 얘길 들었던 적이 있어서 나름 기대하고 찾아갔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는 걸어가기 좋을 만큼의 거리였다.

 

"잘 생긴 내소사 경내의 고목"


요맘 때 어머니아버지와 함께 찾았던 장성 백양사 느낌이 나기도 했다.

절 입구 좌측의 연못 등.

쭉쭉 뻗은 전나무 가로수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전나무는 낙엽송 또는 편백 나무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여튼 한여름 햇살을 막아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숲이 볼 만했다.

 

내소사 절은 뒷산을 배경으로 맑고 아늑한 기운이 넘쳐흐르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좋아지는 느낌.

돌아오는 길에 위치한 마포공소에 일행이 먼저 내리고, 운전자인 나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 전화가 울린다.

미사시간이 7시라고.

다시 가족들을 데리러 내려간다.

 

시골 공소에서의 가족 미사

이렇게 마포공소에 하루에 두 번 다녀왔다.

신부님의 강론이 여행객의 마음 깊이 깊이 파고 들어왔다.

그곳 어르신 30여 분과 친교의 인사를 나눌 때, 그분들의 환한 미소도.


\

"세련된 가운데 보살(?) 모습!"




어르신들에 맞춘 신부님 강론은 길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당신 할아버지의 경우를 직접 예를 들어 설명하신 신부님의 강론이 겸손한 모습 자체였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도록 살아가자는 요지의 강론이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은총은  우리가 잘 나서 받은 걸까요,

아니면 거저 받은 걸까요?” 하고 신부님께서 질문하시자 모두거저 받은 거라고 답하신다

그래서우리도 이웃에게 보답을 바라지 말고 거저 베풀면,

그 선행을 받은 사람은 또 이웃에게 선행을 베품으로서 거저 받은 사랑이 넘쳐 흐르게 된다는 

내용의 쉬우면서도 심오한 강론이었다.


"마포공소. 아담하지만 종탑도 있다"


가족 10명이 찾아간 마포공소.

외부에서 알아볼 수 있을듯 말듯 모습을 한

이 공소의 내부도 바닥에 마루가 깔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소박하고 꾸밈 없다

액자에 사진을 넣은 십사처,

노란색 칠로 둥그렇게 그린 제대 정면의 띠가 밝고도 그곳 공소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한마디로 정겨운 공소다.

 

아담한 공소의 한쪽 자리는 여성 교우들이,

또 한쪽에는 남성 교우들이 자리한 모습에서 과거 교우 선조들의 풍습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강론하시는 신부님 옆에 켜져 있는 작은 에어컨 외에

벽 양쪽의 선풍기가 한낮의 더위로 달궈진 공소 내부의 후텁지근한 공기를 이리저리 흩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공소 밖에서 신부님께서 일일이 신자들의 이름을 호명하시며 인사를 나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신부님: 어디서 왔뇨?"


함께한 즐거운 저녁식사

부안군에는 이곳 마포공소 말고도 공소가 두세 곳이 더 있는 것 같았다.

근처 대명콘도에서도 주일 미사가 있다고 한다.

이 공소의 미사는 저녁 7시에, 그곳 콘도에서 저녁 9시에 집전된다고 한다.

 

공소에서 미사를 마치고 우리는 가족 간의 즐거운 저녁을 함께 하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누에 박물관에서"



"미술관까지"



"멋진 배롱꽃"


다음날. 채석강에 가보고 싶었는데 물때를 잘못 맞췄다!

오후 5시 이후에나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누에박물관에서 1시간 정도를 보내고 한 미술관에 들렀다.

한적한 곳에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넉넉한 이곳 나눔터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곰소항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 다섯 식구는 생활터를 향해 올라왔다.

황동규 시인의 풍장을 보면서 그 이름 때문에 머릿속에 남아 있던 곳인데 근처라도 들를 수 있게 됐다.

이곳 염전에서 송진 가루가 날리는 5·6월에 거둔 천일염은 꽤 유명하다고 한다.

짧은 휴가이자 여행이었지만 알찬 시간을 보낸 우리 가족은 다시 각자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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