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내용 못지 않게 그 문체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아름다운 글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앉았다.
“비밀은 비밀답게 각기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사물 속에 감춰져 있습니다. 어떤 비밀은 겹겹이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있기도 하고, 어떤 비밀은 마치 허드레 물건처럼 밖에 나와 있기도 합니다. 사물의 비밀과 만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참맛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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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사물과 만나도 그 속의 비밀과 만나지 못함은 헛것이고, 그런 헛만남만 연속되는 삶이라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헛 산 것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습니다.
헛만남이란 마치 수박의 겉을 핥기만 하고 나서 수박 맛을 보 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만약 꼭꼭 숨어 있는 비밀을 만나지 못하고, 겉만 보거나 핥는 것으로 과일과 만난다면 수박은 참외보다 위대하고, 참외는 사과보다 위해하고, 사과는 앵두보다 훌륭한 것입니다.
그러나 앵두엔 앵두의 비밀이, 사과엔 사과의 비밀이, 참외엔 참외의 비밀이, 수박엔 수박의 비밀이 있기 때문에, 앵두는 수박에 비해 형편없이 작은 과일이지만 수박과 동등합니다. 수박과 앵두는 서로 다른 자기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을 뿐, 결코 누가 잘나고 누가 못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비밀은 사물을 제각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떳떳하게 독립시키고 평등하게 합니다.”
<문원도서관 옆에 핀 접시꽃을 휴대폰으로 담아오다. 2013년 6월 23일>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맛나고 아름답게 풀어내는 박완서 작가님은 글로서 우리 마음에 들어어와 늘 영원히 살고 계시는 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기에 훌륭한 작품으로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보시니 참 좋았다>, 2004, 이가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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