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도쿄 도서전 참관기, 오늘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준비한다

2010 도쿄 도서전 참관기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본 자세 

지난 7월 7일부터 10일까지 도쿄 박사이트 전시장에서 ‘2010 도쿄국제 도서전’이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빈국으로 초정한 가운데 열린 이번 도서전은 몇 년 전처럼 다시 축소된 규모라고 한다(함께 간 출판사 사장님의 의견임). 도서전 규모만으로 일본 출판시장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황에 따라 규모다 클 수도 작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출판사들의 전시부스, 평범하고 조용

해외 IT 전시회는 몇 번 가봤지만, 도서전은 처음이라서 나름대로 기대를 했는데, 이번 도쿄도서전은 서울국제도서전 크기와 비슷했다. 현지 일본 출판사들의 전시 부스의 크기나 꾸밈 정도는 2010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던 한국의 큰 출판사들보다 더 소박한 모습이었다. 쇼가쿠칸(小學館), 고단샤(講談社) 등 글쓴이가 알 정도의 출판사들의 경우도 특별할 것 없이 내실 위주로 접근하고 있었다. 진보쵸의 고서점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쇼가쿠간의 <세계미술대전집>을 보고 쇼가쿠간의 전시부스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가 한번에 무더졌다. 한국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았다. 중간에 조금 쉬려고 나와보면 귀에 익숙한 말들이 오가는 걸로 봤을 때 말이다. 여행사 한 곳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해 참석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블로그 검색결과, <세게미술대전집>은 쇼가쿠간이 창립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하여1992년부터 첫 권을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서양편 29권, 동양편 19권이 출간됐다고 한다(http://blog.naver.com/text92/30023176487 참고). 전

집을 구입할 경우 지금도 몇 백만원을 줘야 한다고 한다. 크게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있었는데, 권당 2만엔으로 정가가 나와있다. 절판되었기 때문에 헌책으로도 구입할 때는 두 배가까지 줘야 한단다. 이 정도의 기획을 할 수 있는 것이 일본 출판의 힘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중견 출판사들도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이 정도의 시도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농업, 환경, 공동체 문화에 대한 관심

이제 막 일본어를 한 달 공부한 사람이라서, 처음에는 책 제목 읽기도 쉽지 않았다. 정말 관심이 가는 책일 경우, 전자사전을 꺼내서 대략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체크하려니까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나마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유럽에서 참석한 출판사 담당자들과는 영어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덜 답답했다. 유럽 출판사 관계자들고 얘기를 나누던 중, 눈길을 끄는 책은 한국에서 이미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농업관련 책들이 꽤 시장이 있는 것인지 ‘農文協’이라는 출판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 부스에서만 1시간 넘게 이 책 저 책을 읽었다. 월간지, 계간지 등 잡지도 몇 권 내고 있었는데, 귀농이나 생태농업 지역공동체를 주제로 한 내용들로 보였다. 사진이나 편집 등이 알차고 순해보였다. 어린이 대상 책도 알차보였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JAL 비행기의 SKY WARD라는 기내지 사진에서도 느낀 거지만, 일본 책이나 잡지들에서 담고 있는 사진들은 우리 것의 사진들보다 원본 그대로를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손을 본 느낌이 덜 난다는 것이다. 단행본 편집 상태도 훨씬 수수한 느낌이다. 며칠 전, 시내 대형서점 판매대에 전시된 책은 정말 보는 책 시대이구나 하는 느낌을 줬다. 알고 지내던 대학원 선배가 ‘요즘 책은 외형에 더 신경 쓰는 거 같다’고 했던 말이 실감 났다.

 

일본의 일반적인 문고본 크기의 책

출판사의 전통과 권위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시리즈를 갖고 있느냐’로 인정받기라도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보아왔던 문고본이라는 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거 같다. 일본에 맞는 책이 문고본이라고 우겨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맞는 책은 그보다 더 큰 사이즈의 책이라 해야 할 것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책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다양한 주제의 시리즈를 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독자층뿐 아니라 저자층도 두텁다는 말일 것이다. 내용을 볼 수 없는 입장이므로 외형이나마 실컷 구경했다.

 

전자책은 ‘소프트웨어’

일본에서도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아이패드가 전자책의 표준으로 느껴질 정도였는데 킨들 같은 전자잉크 책은 구경하기 어려웠다. 웬만큼 전자책을 한다고 하는 출판사에서는 아이패드로 전시하고 있었는데, 기존 책의 경우 텍스트가 아닌 스캔한 형태도 있었다.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는 종이책을 더 발전시킨 게임 같은 전자책 소프트웨어를 보여주고 있었다. 책과 게임의 결합이라고나 해야 할까? 일본 출판사들의 전자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한 출판사 방문기를 통해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