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올해 초, 아버지와 서초동 국립국악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심심해 하시는 거 같아 토요 국악 상설무대가 있다고 해서 모시고 간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려면 30분 넘게 남아 있어서 구내 국악박물관에 들렀다. 처음 보는 우리 민속악기는 물론 세계의 민속 악기코너가 있어서 함께 볼 수 있었다. 일본이나 중국 악기를 보면, 우리 것과 비슷한 것이 눈에 띄는데 게 중에서도 일본의 악기는 한눈에 일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식in 검색을 해보니, 가야금과 비슷한 일본 악기가 ‘고토’라고 한다. 아마 고토를 봤을 거로 본다).

 그 차이가 뭐일까?

바로 숨쉴 틈 없는 정교한 외형에 있었다. 요즘 기계로 깎아서 만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따뜻한 숨결이 덜 느껴짐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악기는 겉 마무리가 어찌 보면 거칠고 성기지만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어진지 모르게 따스함이 전해온다. 그 이유를 추측할 만한 글 하나를 발견했다. <녹색평론>에 윤구병 선생께서 기고한 글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근처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서 읽어봤다. 책 제목은 <조선의 소반·조선도자명고>이다. 아사카와 다쿠미가 쓰고, 학고재에서 낸 책이다. 1928면에 쓴 책인데, 일본 사람들의 집요함과 아름다움을 보는 안목 등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글을 쓰면 이런 글이 나오는 구나 할 정도의 글 솜씨도 압권이거니와 치밀한 조사와 이해는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글을 많이 써내면 좋겠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은 이렇게 연구할 시간이 없을 거고, 이런 연구를 할 만한 마음의 강단이 선 사람은 글 쓰는 게 두렵지 않을까? 잘 쓰고 못 쓰고는 정성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까? 누구든 도전하는 자에게 결과가 있을 뿐이다.

 

그럼 시작 대목을 여기 간단히 소개한다.

여러분은 어떤 공예품을 갖고 있는가?

명품 가방.

손때가 묻어갈수록 더 정감 나는 명품 가방 ^^

 

“올바른 공예품은 친절한 사용자의 손에서 차츰 그 특질이 지닌 아름다움을 발휘하므로, 어떤 의미에서 사용자가 완성자라고 할 수 있다. 기물(器物)들은 사용함으로써 차츰 품격을 더해가게 된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공예품은 세상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즉 요즈음은 기물이 만든 이의 손에서 떠나는 때가 완성되는 순간이어서, 기물은 완성된 순간부터 사용되면서 파괴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 중략…

 

요컨대 기물을 구성하는 여러 재료가 그 겉치장상으로만 각기 그 능력을 완전히 발휘한 후 사용과 더불어 서서히 추해져 갈 뿐 아름다움을 더할 여유를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당연한 쓰임새에 따라 올바르게 주의하면서 사용하여도 차츰 추한 모습을 드러낸다. 표면의 칠이 벗겨지거나 촉이 부러져 형태가 일그러지거나 이름매가 벌어지기도 하며, 첨점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이러한 것들은 올바른 공예품이라 볼 수 없다. 올바른 공예품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정의도 있고 견해를 달리하는 다양한 의논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정황을 살펴보건대 공예품에 대한 진위 감별의 가장 간단한 기준 하나는 사용한 후 그 물품이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로 판별하는 것이다.”

 

숨결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일본 악기를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의 책으로 인해 묘한 느낌을 가져온다. 질투심이라고?

<사진설명>
위: 백제시대의 실물악기인 양이두(羊耳頭) 복원품. 출처: 디지털타임즈
아래: 개다리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