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은 광주와 가까우면서 그곳 고유의 풍취를 간직한 특이하 곳이다. 고등학생 때 열차를 타고 갔던 봄소풍 기억이 전부인 그곳을 가보고 싶었다. 화순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여행 코스로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광주에서 사는 친구를 만나 화순 이서면 야사리 은행나무나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로 가자고 했다. 편도 1차선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잘 아는 다슬기 수제빗집이 가까이 있다고 안내한다.
아직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다슬기탕만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친구는 구수한 사투리를 써가면서 끊임없이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서 꼭 다슬기 수제비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주인에게 몇 번씩 말했다.
친구는 다슬기 수제비를 맛보여 주지 못할 바에 양으로 승부하겠다고 다슬기 비빔밥과 다슬기탕, 다슬기 전까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위해 3가지 메뉴를 주문하는 게 아닌가. 무조건 먹어야 한다면서. 지나칠 정도의 배려였다. 아침 생각이 없었는데도 다슬기 비빔밥을 열심히 비볐다. 어렸을 적 고향 집에서 먹었던 것처럼 식초를 넣은 장에 비벼 먹는 다슬기 비빔밥은 정말 맛있었다.
다슬기탕이 나왔다. 탕 속에는 가늘게 채 썬 무가 들어 있었다. 쪽파를 푸짐하게 다져 넣어 신선한 초록빛이 잘 어울렸다. 그래도 이 친구는 다슬기 수제비를 대접하지 못한 것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연둔리 숲정이로 갔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리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 친구는 선약이 있다고 미안해 하면서 떠났다. 광주로 나가 렌터카를 빌려서 다시 올까 하다가 그냥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이라서 그런지 오락가락하는 비와 바람이 계속 이어졌다.
듣던 대로 지석강 가에 심어진 몇 백년 된 고목이 줄지어 서 있었다. 홍수가 잦은 지역이라 물에 흙이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조선 중기 때 조상들이 심은 나무들이라고 한다. 가는 날을 잘 택한 것인지 마침 전날 많은 비가 내려서 이미 물속에 들어선 나무도 보였고, 길가 30센티 아래로 물이 찰랑거렸다. 그 모습이 이국적이고 독특한 정취를 자아냈다. 언젠가부터 나무가 좋아지면서 특별한 경치가 아니어도 오래된 나무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마을 정자를 중심으로 다리가 하나 더 놓여 있었다. 다리 중간까지 가서 숲을 바라 보는 것도 좋았다. 가을걷이를 일찍 마친 논에 바르게 줄지어 선 벼 밑동이 독특한 조형감을 줬다. 조금 지나면 밑동이에서 연둣빛 새순이 솟아오를 것이다.
지석강이 엄마야 누나야 작곡가와 관련이 있다는 걸 어디서 들었던 거 같다. 이곳을 보고서야 엄마야 누나야라는 노래가 나올 수 있었던 정서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안성현 작곡가의 고향이 바로 이 지석강 근처라고 한다.
이제 다른 곳에 가볼까. 야사리 은행나무 마을을 알아보았다. 대중교통편을 알아보니 1시간 남짓 걸린다고 나온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으로 그곳을 다녀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싶다. 코스를 바꿨다. 광주 시내에서 갖기로 한 저녁 약속 시간을 맞추려면 이동하면 대중교통편이 좋은 곳이어야 했다.
능주역을 검색했는데 이 역시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한다. 바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없고 화순읍에서 갈아타야 한다. 그럴 바에는 아예 화순역에 가서 기차로 이동하고 싶었다.
걸어왔던 다리로 연둔리 버스정류장을 찾아 나오는데 뒤에서 차 한 대가 나오고 있었다. 손을 들었다. 순간 히치하이크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차가 섰다. 광주까지 가는 길이라고 한다. 화순읍을 지나가니 타도 좋다고 한다. 광주에 사는 분으로 연둔리에 살 집을 마련해 집 수리중이라고 했다. 20분 정도 걸리는 길을 정겹게 얘기를 나누다 화순읍 교차로에서 내렸다. 운전이 서툰 상황이라 화순 읍내까지 데려다 주고 싶지만 조금 부담스럽다 하셨다. 도로 변에서 내려 노랗게 물든 가을 논길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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