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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잘 녹여놓은 영화!

햇살가족 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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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도 마음도 가득 채워지는 영화 한 편을 아내와 함께 보았다.
‘청원’(Guzaarish)이라는 인도 영화이다.


영화의 중심에는 ‘안락사’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가 깔려 있지만, 영상은 밝고 화려하다. ‘고아’라는 인도의 고급 휴양지의 대저택과 야자수가 펼쳐진 가로수길, 화려한 정원, 그의 아름다운 눈빛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매력적인 소피아 등이 영화의 주제인 안락사라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려준다.


마술사였던 이튼은 14년 전, 마술 공연 중에 친구이자 라이벌의 질투(?)로 추락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인해 머리만 살아있고 몸으로 느낄 수 없는 삶을 지속하게 된다. 그는 소피아의 간호를 받으며 라디오 DJ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움직일 수 없는 몸은 밤이면 커다란 커튼이 마치 관처럼 그를 둘러싼다. 화면에 넘치도록 등장하는 커튼은 지금까지 빛나던 현실과의 차단의 메시지로 등장하는 거 같다.


어느 날, 이튼은 그의 절친한 변호사에게 국가 차원에서 금지하는 안락사를 청원한다. 죽음을 도와 달라는 이튼의 청원에 주변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지만, 그의 고통을 이해하는 이웃들은 그를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법정에서 증언하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하는 그는 생기로 가득 찬 삶의 현장을 바라본다. 이 장면들이 참 서정적이다. 소피아와 함께 오픈카를 타고 가면서 이튼은 닭을 쫓는 아주머니에서부터 물장난치는 아이들, 축구하는 아이들, 늘녘을 지키는 허수아비까지 바라보며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차는 어느 바닷가에 이른다. 이튼은 휠체어를 타고 바닷가에 앉아 있지만 발 틈 사이로 찰랑이는 바닷물의 속삭임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는 출렁이는 파도로 뛰어 들고만 싶어진다. 다시 일행은 이튼이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노래를 불렀던 곳과 비슷한 술 마시는 집(?)에 간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곳에서 그는 옆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곳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 VIP 손님-이튼을 위해 특별송을 준비한다. 이튼이 어색해 하자, 소피아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인생은 이렇게도 즐길 수 있다는 걸 이튼에게 말해주려는 거처럼.

슬픔과 기쁨이 뒤썩인 소피아의 춤은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모두가 마음을 열고 함께 춤을 춘다. 뭉클한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이 영화에서는 인도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을(?) 가톨릭교회 문화가 등장한다. 자살에 대해 엄격한 곳이 가톨릭 교회여서 그랬을까? 그의 어머니가 성당 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봤을 때, 그도 모태 신앙인으로서 ‘자살은 안된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하는 그런 영화이다.

안락사를 청원하는 사람과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웃이 슬픔을 참으며 영면의 세상으로 떠나려는 그를 위해 눈물 대신에 웃음으로써 보내는 모습이 참 슬프고도 아름답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인생은 고통’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온다. 그러면서도 즐거움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나온다. 진실하게 사랑하라고. 


우리는 즐거움이 아닌 우리의 의지로 택할 수 있는 ‘기쁨’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기쁨은 즐거움과는 다른 것이다. 즐거움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주변의 영향으로 자신의 감정이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기쁨은 자신의 의지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이자, 절대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써만이 가능한 마음의 자세이다.   


고통을 잊고 영원히 잠들고 싶은 이튼을 보내는 친구와 이웃들은 그를 사랑하기에 마음의 짐을 지고 그 자리에서 울고 또 웃는다. 축복 속에 태어난 우리가 애도 속에 눈을 감기까지 펼쳐지는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영화, 청원.


요즘 우리 주변에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싶어하는 분위기, 말하면 안될 거 같은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형성돼 있다. 일종의 지나칠 정도의 외모 지상주의, 소비주의의 영향이 아닐까?

"한 번뿐인 인생, 무조건 행복하고 즐겁게!"는 조금 그렇다.
"한 번뿐인 인생, 기쁘고도 영원하게 살아라!"
 


질투, 오만, 고통, 부, 사랑, 명예, 행복, 즐거움, 기쁨... 인간의 모든 감정을 보여준 '청원'은 제작진들의 정성과 노고가 느껴지는 진심 어린 좋은 영화이다. 


<주연 배우>
산제이 릴라 반살리 리틱 로샨(이튼),
아이쉬와라 라이(소피아) 
(사진 출처: 청원 공식사이트: http://www.cheong-w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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