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책꽂이에서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집을 빼내어 읽던 중 발견한 시입니다.
제목을 제외하고는 한자가 없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웹에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여 추가하였습니다.
우리에게 '향수'라는 시로 너무나 잘 알려진
정 시인께서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의 교우 선조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용산역 근처 한강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로 순교하신 김대건 안드드레아 신부님!
당신의 축일이 지난주였는데
이런 시를 발견하게 되어 당신을 다시 생각합니다.
勝利者 金안드레아
일천팔백사십육년 구월 십육일
방포 취타(放砲吹打)하고 포장(捕將)이 앞서 나감에
무수한 흰옷 입은 백성이 결진(結陣)한 곳에
이미 좌깃대가 높이 살기롭게 솟았더라.
이 지겹고 흉흉하고 나는 새도 자취를 감출 위풍이 떨치는 군세(軍勢)는
당시 청국(淸國) 바다에 뜬 법국(法國) 병선(兵船) 대도독(大都督) 세실리오(Cecillio)와
그의 막하(幕下)수백을 사로잡아 문죄(問罪)함이런가?
대체 무슨 사정으로 이러한 어명이 나리었으며
이러한 대국권(大國權)이 발동하였던고?
혹은 사직의 안위를 범한 대역도(大逆徒)나 다스림이었던고?
실로 군소리도 없는 앓는 소리도 없는 뿔도 없는
조찰한 피를 담은 한 '양(羊)'의 목을 베기 위함이었도다.
지극히 유순한 양이 제대에 오르매
마귀와 그의 영화를 부수기에 백천(百千)의 사자 떼보다도 더 영맹(英猛)하였도다.
대성전 장막이 찢어진 지 천유여 년이었건만
아직도 새로운 태양의 소식을 듣지 못한 죽음 그늘에 잠긴 동방 일우(一隅)에
또 하나 「갈보리아산상(山上)의 혈제(血祭)」여!
오오 좌깃대에 목을 높이 달리우고
다시 열두 칼날의 수고를 덜기 위하여 몸을 틀어다인
오오 지상의 천신 안드레아 김 신부!
일찍이 천주를 알아 사랑한 탓으로 아버지의 위태한 목숨을 뒤에 두고
그의 외로운 어머니마저 홀로 철화(鐵火)사이에 숨겨 두고
처량히 국금(國禁)과 국경을 벗어 나아간 소년 안드레아!
오문부(奧門府) 이역한등(異域寒燈)에서 오로지 천주의 말씀을 배우기에 침식을 잊은 신생(神生) 안드레아!
빙설과 주림과 썰매에 몸을 부치어 요야천리(遼野千里)를 건너며
악수(惡獸)와 도적의 밀림을 지나 굳이 막으며 죽이기로만 꾀하던
조국 변문(邊門)을 네 번째 두드린 부제 안드레아!
황해의 거친 파도를 한 짝 목선으로 넘어(오오 위태한 영적 靈跡!)
불같이 사랑한 나라 땅을 밟은 조선 성직자의 장형 안드레아!
포악한 치도곤(治盜棍) 아래 조찰한 뼈를 부술지언정
감사(監司)에게 「소인(小人)」을 바치지 아니한 오백 년 청반(淸班)의 후예 안드레아 김대건!
나라와 백성의 영혼을 사랑한 값으로
극죄(極罪)에 결안(結案)한 관장(官長)을 위하여
그의 승직(陞職)을 기구(祈求)한 관후장자(寬厚長者) 안드레아!
표양이 능히 옥졸까지 놀래인 청년 성도(聖徒)안드레아!
재식(才識)이 고금을 누르고
보람도 없이 정교한 세계지도를 그리어
군주와 관장의 눈을 열은 나라의 산 보배 안드레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도
오히려 성교(聖敎)를 가르친 선목자(善牧者) 안드레아!
두 귀에 화살을 박아 체구 그대로 십자가를 이룬 치명자 안드레아!
성주(聖主)예수 받으신 성면오독(聖面汚讀)을 보람으로
얼굴에 물과 회를 받은 수난자 안드레아!
성주(聖主)예수 성분(聖分)의 수위(羞威)를 받으신 그대로 받은 복자 안드레아!
성주 예수 받으신 거짓 결안(結案)을 따라 거짓 결안으로 죽은 복자 안드레아!
오오 그들은 악한 권세로 죽인
그의 시체까지도 차지하지 못한 그 날
거룩한 피가 이미 이 나라의 흙을 조찰히 씻었도다.
외교의 거친 덤불을 밟고 자라나는
주의 포도 다래가
올해에 십삼만 송이!
오오 승리자 안드레아는 이렇듯이 이겼도다.
- 정지용 프란치스코
*우거진
출처: 정지용, 「정지용 시선•향수」, (주)미래사, 1991,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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