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시작되는 첫 주말 오전 10시, 본당에서 "위령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나는 친정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기에 이 미사를 드릴 때면 조금은 특별하고도 간절한 마음이 된다.
공동으로 바치는 이 미사의 지향속에 나의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미사의 마침성가로 불려진 가톨릭 성가 227장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를 함께 할때는
또 다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성가는 보통 장례미사때 시작 성가로 많이 부르는 성가이다 .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목마른 사람은 내게오라!
무거운 짐진자, 멍에 벗겨주고
영원한 생명을 네게주리.
나를 믿는 자는 죽더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
기쁨이 넘치는 아버지 집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리라.
나는 생명이요 진리이며
너희가 가야할 길이로다
누구나 이길을 충실히 걸으면
영원한 복락을 얻으리라."
나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어머님의 관을 앞세우고
유치원 다니는 세 아이들과 함께 입장했었다.
입장할 때 주변에서 '유족이 젊은데, 고인의 가는길이 아쉽다'고
속삭이시던 목소리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잘 모르는 사람의 장례미사를 가도 유족들이 입장할 때
이 성가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피붙이를 이제는 결코 육안으로 볼수 없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그들에게 어떠한 위로의 말도 당장의 슬픔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크나큰 슬픔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성가는 희망을 노래한다.
고인의 죄를 묻지도 않고, 남아있는 자의 슬픔에 빠지지도 않는다.
오직 이제까지 고인의 힘겨웠던 삶을 잘 다독거려
영원한 기쁨과 행복이 있는 당신께로 오라고 말해준다.
또한 남아있는 우리들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생명과 진리에 이르는 길을 충실히 걸어
당신께 오라고 말해 준다.
초등학교 5학년 봄, 아버지가 두어달의 투병끝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얼마후, 아버지가 너무 보고싶어진 날이 있었다.
길가 버스정류장 뒷편에 주저앉아
"왜 이제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는지 받아들여야"만 했던 상실의 체험도 떠오른다.
벌써 31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저와 제삶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을 축복하소서~!
요즘, 월요일마다 서강대 예수회 센터에서 <성경과 영성>과목을 들을 때 바치는 기도다.
허귀희(아씨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수녀님께서 강의하시는데, 시작기도로 드리는 묵상의 마무리 문구다.
오늘 미사를 드리면서 이 기도의 위력이 엄청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삶에 들어왔던 모든 타인, 먼저 고인이 된 이와 아직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비는 것이다.
그간 내삶에 들어왔던 수많은 사람중에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아있는 이들도 있지만
그 관계가 못내 아쉽고,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는 이들도 많다.
이젠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까지
모두 축복해 주시기를 청하는 이 기도를 바칠때면
그들과의 보이지 않는 화해가 조금이나마 일어나고 있는 듯하여 기쁘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에서 프로도라는 인물이
우리네 삶의 터전인 "중생계"의 삶을 떠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남아있는 우리들과 '지금' 함께 할 수 없어서 슬프지만
중생계를 떠나는 그의 삶이 그렇게 불행하거나 고통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예쁘게 노란색으로 잘 물들어 떨어지는 은행잎처럼
나도 겸허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서
그분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뵈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쁘게 그분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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