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와 스크래치 컴퓨터 프로그래밍
오랜 세월을 거치며 그 가치를 검증 받은 작품을 고전이라고 한다. 고전 음악을 듣고 고전으로 통하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좋은지는 여러 번 들었는데 막상 듣거나 읽으려면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 맛을 못 느꼈으므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지 않을까?
컴퓨터에서 게임이나 채팅만 하지 말고 프로그래밍을 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기 되지 않을 이상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너무나 쉽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많은데, 웬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머가 되어서는 밥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하던데!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그럼에도 창의성이 강조되면서 프로그래밍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PC의 탄생 배경을 알아보면, 프로그래밍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록스파크, 앨런 케이, 스티브잡스 등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들이 열광하며 개인용 컴퓨터의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화했을 때, 그들은 컴퓨터를 인간지성의 확장 또는 집단지성의 도구로 생각했다(「모든 세대의 어린이를 위한 퍼스널컴퓨터(APCFCOAA), 앨런 케이, 1972 참고」.
'뚜렷한 낭만적 비전은 생각과 의지를 집중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습니다.' '나는 어린 소년·소녀가 자신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대화형 게임으로 물리 과목을 공부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그림 속 어린이들은 (NLS 방식처럼) 작은 기계로 자원을 공유하고, 무선 네트워크(ARPA에서는 이미 ARPAne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무선 네트워크를 실험하고 있었다)로 서로 연결된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 다음 며칠 동안, 크기와 무게를 실험해보기 위해 두꺼운 종이로 모델을 만들어보았습니다(속이 텅 빈 모델에 납 덩어리를 넣어 무게감을 줄 수 있었습니다).
이 초기 시도의 서비스 모델은 어린이들에게 "객체지향적이고, 시뮬레이션 기반의 LOGO 같은 언어"를 가진 대화형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통해 "세상을 구성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Afterword: What is a Dynabook? http://goo.gl/2Ocs6N)
PC의 아버지로 통하는 앨런 케이는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에서 영감을 얻어 1972년에 이미 요즘의 아이패드 같은 무선 통신기능을 가진 휴대용 컴퓨터를 생각해 냈음을 말한다. 「미디어의 이해」라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거나 IT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책이다. 어떤 내용이 컴퓨터 학자들의 영감을 자극했던 것일까?
앨런 케이가 「다이나북이란 무엇인가: 후일담」에서 한 말이다.
"1972년에 발표된 「모든 세대의 어린이를 위한 개인용 컴퓨터」에서 명백하게 빠뜨린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새로운 미디어를 '변화의 매개체'로서, 특히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의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맥루한은 우리가 어떠한 기술을 배울 때, 그 기술이 단순히 하나 더해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도 변화를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이 '토끼+호주는 두 개의 합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를 의미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입니다.
내부의 생태학적인 변화는 (호주 생태계의 경우처럼) 질적인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도구와 미디어에 대해 진정으로 중요한 점은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것들에 능숙해진 인류가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맥루한의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의도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도구와 미디어는 우리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판단하는 가치관의 일부분입니다. 더 큰 변화는 개인과 문화의 일반적인 부분에 대한 감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부분이라고 하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것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과 문화에 있어서 '현실'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관점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어떤 것이 존재하는 그대로'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웹 서핑, 게임, 채팅의 도구로서 컴퓨터가 아닌, 말 그대로 인간지성의 확장 도구로서 퍼스널 컴퓨터를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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