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재는 남종상 요한 성인과 그의 아버지 남상교 아오스딩 순교자의 유택지가 있는 교우촌 성지다. 동글동글한 돌로 외벽을 마감한 묘재공소는 교우촌 공소답게 전통과 많은 숨결이 지나간 흔적이 느껴진다. 공소에 바로 주차하지 않고 나무그늘을 찾았다. 마당에 큰 느티나무가 서 있는 ‘학산가든’이라는 식당이 보였다. 차를 세우자 주인께서 나와 어떤 일로 왔는지 확인한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당신도 신자라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양양에서 묘재로 떠나오기 전에 우리 식구가 한 곳 들렀던 곳이 있다. 바로 하조대해수욕장이다. 오랜만에 동해안을 방문한 만큼 바닷가라도 한번 걸어보자는 가족들의 의견이 많아 잠시 들렀던 것이다. 아이들은 바닷물을 보자 물 만난 고기처럼 좋다고 뛰어들었다. 바닷물에 젖은 옷을 수돗물로 헹궈왔는데 그걸 달궈진 자동차 위에 널고 있었다. 학산가든의 주인께서 옥상에 좋은 빨래줄이 있으니 그곳에 말리라고 하신다.
공소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남종상 성인 유택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마침 공소 출입문 바로 맞은편 밭에서 노인 한 분이 고추를 따고 계셨다. 나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여름 휴가에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과 함께 고추를 따곤 했다. 그때 생각이 나서 마치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인사를 드렸더니 반가워 하시며, 자신을 소개하신다. 신자라고 하시며, 이 성당의 유래와 남종상 요한 성인의 유택 위치를 알려주셨다.
공소가 위치한 학산리는 한국전쟁 때 집 두 채를 제외하곤 모두 불탔는데, 그 한 집이 바로 남종상 성인의 유택이라고 알려주셨다. ‘이곳 저곳에 불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불에 타지 않았다’는 소개를 받았을 때, 그게 바로 하느님의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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