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0-21. 2021.02.26에 올리다.
동서울터미널 07:00 백무동행 시외버스 출발 11:00에 도착.
한숨 자고 났더니 대전 근처다. 지루할 틈 없이 지리산까지 왔다. 함양 IC로 나온 시외버스가 남원 인월면과 산내면을 거쳐 다시 함양 마천면을 거쳐 백무동 탐방지원센터로 들어온다. 깊은 산골의 정취가 느껴진다. 지난해 두 아들과 함께 벽소령에서 음정으로 내려왔던 기억도 스쳐 지나간다. 한번 가본 곳은 몸이 기억하는 것인지 화창한 날씨까지 그때와 너무나 비슷해 지난해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공주에서 출발하는 Y형이 KTX로 남원까지 와서 백무동행 시외버스를 탈 계획이었다. 문제가 발생했다. 백무동행 노선이 벌써 없어졌다는 연락이 왔다. 남원 산내면까지 오는 버스를 타되 마천에서 내려서 택시로 올라오도록 알렸다. 마천에서 백무동 탐방지원센터까지는 8000원의 택시비가 나왔다고 한다. 당초 예정보다 30분 늦게 11시 30분에 Y가 합류했다. 따듯하게 데운 도토리묵과 두부에 된장찌개, 한 잔의 막걸리가 들어가자 산에 온 기분을 끌어올려준다.
등산로 입구에서 점심을 먹고 12:20분에 장터목을 향해 출발. 탐방지원센터에서 장터목 예약을 확인을 한다. 철저하게 관리하는 만큼 좋은 서비스를 기대! 하산객들이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럽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장터목까지 직선 코스이고 주로 지리산을 기준으로 북측면을 오르는 길이다. 무거운 카메라를 든 K가 해병대 출신답게 당당한 체구를 앞세워 일행의 앞뒤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다. 제대로 산행팀을 고른 거 같다.
참샘에서 아이젠을 착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바꿔야 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착용해야 했다. 참샘에 오르자 그곳은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흘러내리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깔딱고개다. 깔딱고개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잠시 능선을 타는가 했더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걸을 만하다. 지리산의 북사면이라서 양지쪽에서 느끼는 안온한 기운을 느끼는 코스가 드물다.
대신 내린 눈이 녹다가 다시 얼어서 나타난 현상인지 영화에서나 볼 장관이 펼쳐졌다. 얼음으로 코팅된 나뭇가지가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그야말로 야~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얼음끼리 부딪치며 나는 소리마저 너무나 경쾌하다. 가면서 사진도 찍었다. 형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17:00로 계획했던 것보다 거의 한 시간 이르게 장터목에 도착했다. 4시간 정도 산행을 한 거 같다. 바람이 너무나 거세서 장터목산장 주변으로 펼쳐진 상고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데 그냥 서 있기도 힘들다. 맨손을 내놓고 전문가로서 열정을 쏟는 카메라 기사 M이 참 대단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저랬는데!
이른 시간에 저녁을 준비했다. 장터목 우물가(정확히 수돗가)는 얼지 않을 정도로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다. 막내들이 여기서 오랜만에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작은 피티병 몇 개를 채우다가 춥기도 추워서 2리터 생수 한 병을 사기로 했다. 역시 사람은 먹을 때 행복하고도 인간다움을 회복한다(?). 하지만 나는 산악대장 S형으로부터 구박 모드에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프라이팬이 없는 작은 개인용 코펠을 준비해간 때문이었다. 조 3명을 위한 코펠이 개인용에 그것도 프라이팬이 없다는데…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내가 왜 이랬지! 담 산행 때 만회할 것을 다짐하며 에너지 비축 모드로 재진입^^
추운 산장에서 많이 떨었다. 하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바람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꽤 잤다고 눈을 떠보니 새벽 1:30. 참으려 했으나 자신이 없다. 챙겨 입고 건물 뒤편 화장실로 달렸다. 어렸을 적 그런 곳에서 살았고, 당연했던 일이 이리 불편하게 다가올 줄이야.
잠이 오지 않았다. 갑자기 이 지리산에서 활동했던 ‘빨치산들’은 이 추위를 어찌 견뎠을까? 하는 생각이 뜬금없이 든다. 집에 오자마자 찾아보았다. 낮에 바위를 불로 달궈 그 위에서 이불을 덮어 추위를 견뎠다는 정보도 있었다. 실내에서 추위를 견디지 못했던 난 따뜻한 곳을 찾아나섰다(?).
누룽지 식사 후 헤드라이트를 켜고 천왕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리 각오한 덕분에 견딜 만했다. 저 멀리 동쪽에 붉은 기운이 가득하고 서쪽으로는 보름달이 떠있다. 수퍼문이라고 한다. 서울에 있었다면 일요일 새벽 따듯한 이불 속에서 꿀잠 모드일 텐데. 이런 경이로운 풍경이 더 낫지!
천왕봉에 오르기 전에 해가 뜨고 말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천왕봉에 오르자 마자 똥그란 그 무엇이 동쪽에서 막 솟아오른다. 그것이 그 찬란한 태양이라던가. 여러 번 올라와도 볼 수 없다던 천왕봉 일출을 두 번만에 봤으니 그래도 난 복을 받았나 보다. 차가운 바람에도 우리는 기쁨에 넘쳐 사진을 찍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만세도 외쳤다. 도전하리라, 내 삶의 시간은 나에게 오는 그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잠시 세찬 바람이 전해오는 격려의 메시지를 느껴보기도 ㅋ
중산리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법계사에 들러 물 한 모금 마셨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절이라고 하여 부처님상 대신에 사리를 모신 탑에 공경을 표한다고 한다. 무척 높은 곳에 자리한 절이라서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절이다. 가장 높은 곳의 한 절집 담장 너머로 당당하게 서 있는 주목 나무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 있었다.
법계사에서 길을 선택해야 한다. 돌아가는 코스와 가파른 직진 코스 중에서 나는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직진 코스를 택했다. 지리산 남사면이라서 햇살은 좋은데 1킬로미터 넘게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 그 후유증을 지금도 앓고 있다. 오리걸음 10분 이상이 약이라는데, 계단만 보면 다리가 벌써 겁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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