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전과 흑산도 섬 사람 장창대(張昌大) 사이의 우정을 그려낸 영화. 적당히 코미디 요소도 갖췄다. 전반적으로 어둡지 않지만, 감상 후 소감은 당연하게도 ‘안타깝다’.
흑산도에서 천자문과 소학, 명심보감을 거의 독학으로 뗀 호기로운 섬 총각, 창대와 마을처녀 복례가 영화를 퍼덕 퍼덕 생기넘치게 한다.
나도 섬에서 나오고 싶었다. 도시에 가면 모든 게 좋을 것만 같았다. 책과 텔레비전, 영화에서 본 이미지대로 받아들였던 도시. 그 도시의 본 모습은 도시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게 됐다. 만찬가지로 이미지만으로 섬을 파악한 나와 반대의 사람도 동일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마찬가지임을.
사제 사이였지만 친구 같았던 정약전과 창대가 헤어져야 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별의 순간 스승과 제자 간 대화 장면이 볼 만했다.
나주 양반의 서자인 창대는 한동안 연락도 없던 그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창대는 정약용이 머문 강진 다산초당을 찾아간다. 정약용은 시한수로 창대의 실력을 알아보고 싶어한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창대의 실력은 입소문을 타고 나주의 창대 아버지 장 진사에게까지 들어간다.
신앙 때문에 명문가문이 풍비박산이 나고 모든 걸 잃게 된 상황에서도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과, 천주교를 비롯하여 서양 문화의 영향권에 든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 가운데 하나. 욕이 찰치게 나온다. 창대의 마을 친구였다가 나중에 부부 사이가 된 섬 처녀 복례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민도희라는 배우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
섬 처녀총각이 만났을 때, 처녀의 한마디한마디가 너무나 솔직하고 리얼하다. 푸릇푸릇한 청춘남녀가 결혼하여 애 낳고 세상살이하다 보면, 시들시들해지기 마련인데 끝까지 이 둘은 정을 이어가니 생기를 잃지 않은 것이 아닌가.
정약전 분의 설경구와 아내가 된 가거댁 이정은, 정약용 분의 류승용 등 배우들이 어색하지 않고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특히 설경구가 정약전의 캐릭터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아들과 엄마가, 11시 반 넘어서 보기 시작한 이 영화를 중간에 끄지 않고 끝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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