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속으로

서울 사람들이 되어 우리식구는 고향에서 올라오신 아버지를 비롯하여 아들 다섯이 모였다. 서른이 훌쩍 넘은 큰 조카부터 일곱살박이 우리 막둥이까지(이들 대부분은 서울이 고향이다). 시골이 고향인 우리형제들은 떠나온 일종의 아쉬움이나 서글픔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 행복은 다른 게 아니라 웃고 즐거워하는 것임을 생각하면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KBS 추석 TV 예고 프로그램이 나와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걸 오는 PC를 통해 봤다. 가 그거다. 2010 KBS 추석 특집 다큐멘터리 가운데 하나이다. 어렸을 적 보길도 선창리 친척집 소상에 다녀오는 길에 청산에 들렀던 기억이다. 우리 통통배를 타고 갔던 그곳,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조약돌 해..

성지_햇살속으로/두메꽃 사랑 2010. 9. 23. 19:21

성지순례 중 알게 된 최민순 신부님의 두메꽃이라는 시와 노래가 마음에 와닿아 듣고 또 듣고 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깨끗해지고 차분해진다. 시란 이렇게 사람 마음을 깨끗하게 치워주고 고요해지게 하는구나. 기교가 아닌 진실한 마음, 그게 읽는 이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갈 수 있기 때문일 거다. ---------------------------- 두메꽃 - 최민순 신부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성지_햇살속으로/두메꽃 사랑 2010. 9. 23. 19:01

"엄마, 이러다가 우리도 순교할 거 같아요." 130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 초.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를 둘러보던 큰 아들 박재유(요한 사도, 초3)군이 더위에 지쳐 시무룩해졌다. 온종일 가톨릭대와 서소문, 새남터성지 등을 거쳐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한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지쳐버린 것이다. 온 가족이 한 달간 전국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떠난 지 겨우 이틀째였다. "재유야, 우리는 여행을 다니는 게 아니라 방학 동안 우리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거야. 집에 가면 피자도 시켜주고 컴퓨터 게임도 한 시간 할 수 있게 해줄게." 박세영(대건 안드레아, 43, 수원교구 별양동본당)ㆍ도희주(수산나, 40)씨 부부는 지난 8월 세 아이에게 특별한 여름방학을 선물했다. 초등학생 2명..

햇살가족 일기 2010. 9. 19. 16:29

최민순 신부님 주여, 오늘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주와 함께 가도록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성지_햇살속으로/두메꽃 사랑 2010. 9. 19. 16:08

- 최민순 신부님 우리가 당신께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모든 날은 언제라도 새 날 새 아침인 것을 다시 알게 해주시는 새해 첫날의 하느님 땅 속 깉이 내려가 채광을 시작하는 광부처럼 우리도 삶의 깊은 갱 속에서 당신의 숨은 뜻을 열심히 캐어내어 갈고 닦는 은총의 한 해가 되게 하소서. 가야 할 곳도 너무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너무 많고 볼 것, 들을 것, 말할 것, 너무 많아 더욱 바쁘고 복잡해진 우리네 일상사의 도단함을 기도의 맑은 물에 적시며 우리 모두 새해에는 바다인 주님을 향해 출렁이는 강이 되게 하소서. 하늘과 산 구름과 나무 가슴에 받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웃의 슬픔과 아픔 눈물과 고뇌를 내것으로 받아 안는 어머니 같은 강이 되게 하소서. 우리 모두 새해에는 사랑으로 흐르는 것밖엔..

성지_햇살속으로/두메꽃 사랑 2010. 9. 19. 15:52

올해 초, 아버지와 서초동 국립국악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심심해 하시는 거 같아 토요 국악 상설무대가 있다고 해서 모시고 간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려면 30분 넘게 남아 있어서 구내 국악박물관에 들렀다. 처음 보는 우리 민속악기는 물론 세계의 민속 악기코너가 있어서 함께 볼 수 있었다. 일본이나 중국 악기를 보면, 우리 것과 비슷한 것이 눈에 띄는데 게 중에서도 일본의 악기는 한눈에 일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식in 검색을 해보니, 가야금과 비슷한 일본 악기가 ‘고토’라고 한다. 아마 고토를 봤을 거로 본다). 그 차이가 뭐일까? 바로 숨쉴 틈 없는 정교한 외형에 있었다. 요즘 기계로 깎아서 만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따뜻한 숨결이 덜 느껴짐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악기는 ..

성지_햇살속으로/두메꽃 사랑 2010. 9. 18. 14:55

아내와 결혼하여 처음 맞이하는 추석 때였다. 낯선 남도의 시댁에서 조심스러워하고 있을 때,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당신 마당에서 따온 무화과 한 개를 아내에게 주었다고 한다. 이름을 많이 들어봤지만, 실물을 보기에는 처음인 신기한 먹을 거리였다. 꽁지에서는 하얀 진액이 흘러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 맡아보는 이국적인 향기에 달콤한 맛에 반한 이유 때문인지 아내는 무화과 얘기를 자주 하곤 한다. 서울에서도 정원수로 심어놓은 무화과 나무를 볼 수 있지만, 해풍이 묻어나는 따뜻한 남도에서 자라는 무화과 나무의 생명력은 느낄 수 없다. 목포에서 강진쪽으로 가는 2번 국도변을 달리다 보면, 늦은 여름부터 유난히도 무화과를 팔고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영암 숙소에서 목포 산정동성당 순례지로 이동할 때, 묵..

순례길의 여정 2010. 9. 8. 10:04

여름철 날마다 옷을 갈아 입어야 하고, 아이들은 간혹 하루에 한 번 이상 옷을 갈아 입을 때가 있다. 각자 세 벌 정도의 옷을 준비해갔기 때문에 그때그때 빨아서 입어야 했다(아이들의 경우, 갈아 입을 옷이 없으면, 서로 나눠입기 전략도 썼다). 따라서 샤워할 때 준비해간 빨래 비누로 옷을 빨거나 숙소에 세탁기가 있을 경우에는 세탁기를 이용해 빨래를 한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말려뒀다. 덜 말랐을 경우에는 비닐에 넣어두는 대신에 트렁크 빈 공간여기저기에 널어둔다. 비닐에 싸두면 나는 냄새를 피하고, 바깥 열기로 빨래를 어느 정도 말릴수 있기 때문이다. 덜 마른 빨래는 달궈진 차장 밖에 널어두면 아주 빨리 마른다. 점심 식사 등 비교적 오랫동안 머물 경우에 달궈진 근처 바윗돌에 널어놓으면 좋다. 여름..

햇살가족 일기 2010. 9. 4. 19:32

이번 성지순례는 아이들의 여름방학 기간에 갔기 때문에 더위는 피하기 힘든 장애요인이었다. 수많은 신앙 선조들은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켰는데, 더위쯤이야 하면서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쉼 없이 이동했기 때문에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저녁이 되면 땀에 절어 파김치가 되곤 했다. 어느 곳이라도 빨리 들어가 씻고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첫날과 둘째 날은 미리 예약을 해두거나 어디가 좋을 지 생각해두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셋째 날부터는 무슨 배짱인지 무조건 움직였다. 요즘 세상에 다섯 가족이 쉴 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말이다. 숙박지 예약은 첫째 날과 둘째 날을 제외하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박에서, 휴양림에서, 찜질방에서, 가톨릭 복지시설에서, 소박한 펜션에서, 마..

햇살가족 일기 2010. 9. 4. 19:29

어느 성지에 가나 극소만의 독특한 느낌은 있게 마련이다. 누가 보더라도 참 잘 가꿔진 곳도 있고 이제 정성을 쏟기 시작한 곳도 있다. 모두 고귀한 정신이 깔려있는 곳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편견 없이 보려고 애썼다. 아주 더웠던 순례 3일차의 마지막 방문처는 괴산의 연풍성지이다. 약 7~8년 전, 출장차 괴산에 10여 차례 넘게 방문했던 적이 있어 괴산은 낯설지 않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성지순례를 하면서 괴산, 거기서도 연풍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높은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그곳은 순례자에게 아주 특이한 감상을 자아냈다. (상행선 기준으로 문경새재 IC 다음에 있는) 연풍 I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연풍성지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편안한 쉼터라고 하고 ..

성지_햇살속으로/충청강원권 2010. 9. 2. 23:18

우리 가족은 아주 평범하다. 아이들의 교육비, 대출이자 등으로 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간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 마음의 여유가 달아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시간의 여유도 달아나고 만다. 감사의 마음에 인색했던 우리 가족이 올해는 하느님으로부터 큰 은총을 받았다. 2010년 8월,15일 넘게 가족 전국 천주교 성지순례를 한 것이다. 그 어떤 힘이 우리 가족에게 이런 축복의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순례지에서 느낀 생각과 촬영해온 사진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의 느낌은 이 글을 함께 읽어나갈 독자들의 느낌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함께 마음의 성지순례를 떠나게 되는 것이고, 은총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닐까? 이번 성지순례가 우리 가족에게는 첫 순례는 아니..

햇살가족 일기 2010. 9. 2. 22:20

강진 다산초당 조선 후기 대실학자 정약용 요한이 10년간 유배생활 한 곳이다. 그는 18세기 후반 조선에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데 기여했으나 박해의 칼날 앞에서 믿음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유배후에는 배교를 뉘우치는 생활을 하였고, 임종시에는 병자성사를 받았다. 초당은 정약용 선조가 신앙을 되찾게 된 소중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묵상해 본다. 주소: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귤동 (강진성당, 061-432-8884) 목포 산정동성당 1950년 인민군에 의해 대전 프란치스코 수도원으로 끌려간 교구장 신부와 주임신부, 보좌신부 등 세 신부님의 순교비가 있다. 1953년 5월 31일한국에서 제일 먼저 레지오 마리애의 기초 조직인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이이곳에서 설립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1997년‘..

성지_햇살속으로/호남제주권 2010. 9. 2.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