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아이가 감기 기운인지 머리가 아프다고 조퇴를 하고 집에 일찍 돌아왔다. 문득 언젠가 큰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작년에도 감기에 걸렸었는데 그때는 증상이 토하는 것이여서 밤새 본인 뿐만 아니라 옆의 사람까지 힘들게 했다. 또 진행하던 원고가 막바지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 터였다.
아이가 평소에 자극적이거나 인스턴트화 된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이 있었기에 토하는 것도 그것 때문인 것만 같아 아픈 마음과 몸을 이해하는 것 보다는 꾸중을 먼저 하였다. 또 몸이 아픈 핑계로 성실히 학교를 가는 것 보다 수업에 빠지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일일이 선생님께 전화하고 병원도 다니는 게 번거럽게 느껴져서였다.
얼마나 이기적인 엄마인가? 소중한 아이가 더 크게 아프지 않음을 온몸으로 감사하고 따뜻히 간호의 손길을 함께 해야 할 것인데...
나의 꾸중과 짜증을 들었던 아이는 며칠 후 나에게 지나가는 말로 "다른 친구들은 자기들이 아프면 엄마들이 큰 걱정을 한다는데, 우리 엄마는 짜증을 낸다요"하고 말했다. 그 말속에는 너무 부족한 내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아 참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내가 나를 돌아보아도
"어머니"라는 그 숭고한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가득하다. 벌써 마흔이 넘었지만
아직 나도 솔직히 어린이 같은 모습이다.
어머니로서 각 아이의 다양한 성향들을 품어주고 이끌어주기보다는 나의 허영을 채우려 하고
인내하지 못하고 기다려주지 못하고 함께 해 주지 못하는 부족함이 가득하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으니
1학년 새내기때 마중 간 엄마들 사이에서 혼자 묵묵히 돌아오던
둘째 딸아이의 얌전한 모습이 떠 올라 마음이 아프다.
사제가 쓴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라는 책이 요즈음 내게 이 모든 것을 더욱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피정을 하러간 어느 수녀원 창가에서 뜰에 핀 코스모스를 보면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아늑함을 느끼신 김수환 추기경님!
추기경님은 당신의 어머님께서 타고난 지혜와 인내로
일제시대를 견디고 6.25 전란을 거치는 가난하고 혼란스러웠던 시대에도
6남매를 따뜻하게 품어 주셨음을 아름다움으로 추억한다. 일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소년이 본 노을지는 건넛 산의 모습은
어머니를 통해서 육체와 마음의 고향을 넘어
우리 영혼의 본향이 어디인지를 묵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책 곳곳에 드러나는 17분의 신부님 어머님들은 모두 다 자신의 삶에 대한 욕심보다는 자식과 이웃에 대한 말없는 희생과 나눔 ,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바치는
간절한 기도를 실천하신 분들이었다. 요즈음 진행하고 있는 어느 신부님의 어머님 회고록 때문에 읽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큰 가르침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진 가져온 곳: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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