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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옵소서”

햇살 아빠의 생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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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을 읽었다.
선연한 표현이 읽는 맛을 더해주는 김훈 작가의 소설이다.

제목이 흑산인 만큼 정약용 선생의 둘째 형인 정약전 선생 얘기가 주를 이룰 것으로 봤는데, 그들의 조카 사위인 황사영 얘기가 더 많은 느낌이다.

 황사영 알렉시오 선조 


황사영 알렉시오 선조와 그의 아내 정난주 마리아의 신혼생활 얘기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책 시작머리에서 갖게 했던 바람은 덜 채워졌지만,
연륜의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표현을 여러 번 만났다.

한국 천주교 창립선조 5인 가계도, 정씨 일가가 핵심을 이룸을 알 수 있다(출처: 햇살 속으로)
 


“말세가 환란으로 어지러울 때 피난처는 오직 마음에 있을 터인데, 새롭게 펼쳐지는 마음의 나라에 소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 울음 소리는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갔고, 마음에서 나와서 들판에 넘쳤다.”

“이 세상에는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터인데 가보지 않은 길이 가보지 않은 자리에 그렇게 뻗어 있을 것인지가 마노리는 늘 궁금했다. 그래서 길은 그 위를 지나갈 때만 확실히 길이였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옵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음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주여, 주를 배반한 자들을 모두 거두시어 당신의 품에 안으소서.
주여 우리 죄를 묻지 마옵시고 다만 사랑하여주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황사영의 아내인 제주 대정의 정난주 마리아묘
 
이 책을 읽으면서
윤의병 바오로 신부님의 <은화>와 한무숙 글라라 작가의 <만남>이 떠올랐다.
은화를 읽을 때는 당시 시대배경이 너무나 생생했고,
<만남>을 읽을 때는 수려한 문체와 뛰어난 심리 묘사에 반했다.

<만남>이 정약용 선조의 얘기라는 점에서 보면, 이번 <흑산>도 정씨 가문과 천주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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