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을 읽었다.
선연한 표현이 읽는 맛을 더해주는 김훈 작가의 소설이다.
제목이 흑산인 만큼 정약용 선생의 둘째 형인 정약전 선생 얘기가 주를 이룰 것으로 봤는데, 그들의 조카 사위인 황사영 얘기가 더 많은 느낌이다.
황사영 알렉시오 선조와 그의 아내 정난주 마리아의 신혼생활 얘기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책 시작머리에서 갖게 했던 바람은 덜 채워졌지만,
연륜의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표현을 여러 번 만났다.
한국 천주교 창립선조 5인 가계도, 정씨 일가가 핵심을 이룸을 알 수 있다(출처: 햇살 속으로)
“말세가 환란으로 어지러울 때 피난처는 오직 마음에 있을 터인데, 새롭게 펼쳐지는 마음의 나라에 소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 울음 소리는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갔고, 마음에서 나와서 들판에 넘쳤다.”
“이 세상에는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터인데 가보지 않은 길이 가보지 않은 자리에 그렇게 뻗어 있을 것인지가 마노리는 늘 궁금했다. 그래서 길은 그 위를 지나갈 때만 확실히 길이였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옵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음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주여, 주를 배반한 자들을 모두 거두시어 당신의 품에 안으소서.
주여 우리 죄를 묻지 마옵시고 다만 사랑하여주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책을 읽으면서
윤의병 바오로 신부님의 <은화>와 한무숙 글라라 작가의 <만남>이 떠올랐다.
은화를 읽을 때는 당시 시대배경이 너무나 생생했고,
<만남>을 읽을 때는 수려한 문체와 뛰어난 심리 묘사에 반했다.
<만남>이 정약용 선조의 얘기라는 점에서 보면, 이번 <흑산>도 정씨 가문과 천주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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