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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탄 성모님 (여성 예언자에 관해서 )

하느님을 사랑한 여성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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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새내기 시절 대학원 여자 선배 중에 ‘오토바이를 탄 성모님을 외치던 이가 있었다그녀는 성모님이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홀어머니로서 외아들을 키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생활전선을 누비시지 않으셨을까?” 하고 여러 사람에게 질문했다. 그녀는 신학교 축제 때 부제반 동료의 수단을 입고 운동장을 활보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많은 이들의 주목과 비판을 받았다. 나는 어쩌면 그녀가 우리시대에 나타난 한 명의 예언자는 아닐지 묵상해 본다.

 

성경에서 예언자를 지칭하는 말로는 히브리어 동사에서 나온 이란 단어를 쓴다이는 “영감을 받다예언하다"라는 뜻이며 수동태적 명사형(nabi’nm)이 되어 불리움을 받은 사람’, 하느님을 대신하여 말하기 위해 불리움을 받은 사람을 뜻한다. 이제 우리는 성경과 교회역사 안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여성 예언자들을 만나 보고자 한다. 그녀들은 누구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지혜와 슬기를 다해 민족과 교회 공동체를 도왔고 끝까지 주님을 찬양했다그녀들의 이름은 미리얌, 드보라성모마리아사도시대의 여성 예언자들쇠나우의 엘리사벳 등이다.

 

 

미리얌: 선택된 백성의 하느님 찬양

 

예언자이며 아론의 누이인 미르얌이 손북을 들자여자들이 모두 그 뒤를 따라 손북을 들고 춤을 추었다

미르얌이 그들에게 노래를 메겼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탈출 15, 20-21).”

 

미리얌은 이스라엘 민족신앙의 정체성이 되는 바다를 건넌 사건탈출기의 핵심을 노래하고 있다그녀는 버려진  아기 모세를 친어머니가 유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데리고 왔다. 그만큼 그녀는 지혜롭고 용감했다(탈출 2,1-10).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은 유다인 핏줄만이 아니라 그 당시 이집트를 탈출하며 함께 나온 힘없던 여러 소수 민족들도 섞여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한다. 이 다양한 민족들을 통합해 하나의 신앙민족인 이스라엘로 만든 것은 야훼 하느님 체험이었다. 이것은 하느님께 의지한 자신들 이외의 다른 것들, 이집트인들의 맏이와 군대와 말과 기병까지 바다에 쳐 넣은 신에 대한 결정적인 체험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나 외에는 너희에게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신명 5,7)”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였고 오늘날의 이스라엘 민족인 우리들의 선조가 된 것이다.

 

그 가장 핵심적인 체험을 이스라엘 최초의 여성지도자 미르얌이 손북을 들고 춤을 추며 적극적으로 찬양하고 있다. 그녀의 열정과 용기를 이스라엘 민족은 사랑했다. 문둥병에 걸려 수모를 당하는 7일 동안 이례적으로 진영을 움직이지 않았다(민수 12). 그리고 친광야 카데스에서 죽음을 맞은 사건을 기록하며(민수 20,1) 슬퍼했다.  또한 유대인들 사이에는 갈릴래아 호수 가운데 미리암의 우물(하느님이 그녀의 공로를 보고 이스라엘에게 주신 샘물)’이 있다고 전해져 온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를 기려 호수로 기도하러 간다고 한다. 그녀의 신나는 외침은 모든 위험과 어려움 속에서도 선택된 백성인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 체험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

 

 

드보라: 현명한 어머니

 

“(…) 끊겼네,

이스라엘의 선도자들이 끊겼네,

드보라, 그대가 일어설 때까지

그대가 이스라엘의 어머니로 일어설 때까지

(…) 깨어나라, 깨어나라, 드보라야.

깨어나라, 깨어나라, 노래를 불러라(…)(판관5,7.12)

 

탈출기가 끝나고 가나안 정착 후 기원전 1200년경부터 사울 왕국이 형성되는 기원전 1050년경까지 20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는11명의 판관이 있었다. 이집트 왕에게 호되게 당한 이스라엘 민족은 어떤 왕도 원하지 않았다. ‘샤퍄트라는 히브리어 어근에서 유래한 판관을 세워 평상시에는 재판과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외세의 침략시에는 방어전투를 이끌게 했다. 판관은 재판하다’, ‘지배하다라는 의미이다. 판관은 오직 야훼의 영을 받아 통치했으며  드보라는 라피돗의 아내로 여성 예언자며 판관이었다(판관 4,4).

 

판관시대 초기의 이스라엘 사정은 매우 고달픈 시기였다. 이집트를 힘들게 탈출해서 야훼 공동체를 성립했지만 가나안 부족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먼 길 가는 이들은 샛길로 다녔네(판관 5, 6)’ 처럼 교역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를 가나안부족에게 뺏겨 경제적으로 궁핍했으며 자신들의 종교에 대해서도 회의를 갖게 되었다(판관 5,8).

 

힘겹게 이룬 이집트에서의 탈출과 가나안 정착이 사라질 수 있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때 출산과 양육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고 있는 한 여성, 현명한 이스라엘의 어머니 드보라가 가나안의 장수 시스라를 물리치겠다고 예언한다(판관4,6-7). 시스라는 전투에 나서기를 망설였던 이스라엘의 장수 바락 대신 야벨이라는 여인에게 죽임을 당했다. 드보라는 야훼 공동체를 지켜냈고 사울 및 다윗 시대까지 이스라엘 민족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다. 또한 승전가의 뒷부분에 야엘의 이름을 잊지 않고 노래하여 여성들의 연대성을 강조한다(판관 5,24-27). 우리는 드보라를 통해 분별력과 통찰력 그리고 결단력을 지닌 사려 깊은 지도자의 면모를 찾아 볼 수 있다.

 

성모 마리아: 혁명의 노래 마니피캇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가 성령으로 가득 차 ‘한나의 기도(1사무 2, 1-10)’를 새롭게 바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는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 불리시고 부유한 자를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루카 1, 46-55)”

 

나는 성경에서 마니피캇을 처음 접하며 전율을 느꼈다. 내가 본 성경의 어느 구절보다도 예수의 어머니가 된 열 여섯 살 소녀의 이 외침만큼 정의로운내용은 없는 것 같았다. 한낱 시골 처녀인 마리아가 감히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며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라는 과격한 외침을 노래한다는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강하게 체험하였기에 이러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녀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을 듣고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는 가부장적 결혼문화를 뛰어넘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루카 1, 26-38). 이러한 마리아의 주체적인 결단이 세상에 메시아의 탄생을 가져왔다. 존재의 근원인 신앙에 전적으로 귀의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불합리와 억압을 이겨내는 본보기를 만든 것이다.

 

예수는 이런 성숙한 믿음과 의지를 가진 여성자기 민족의 구원을 위해 온 몸으로 동참했던 마리아의 품에서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많은 교육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생후 36개월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아이의 인성과 지성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한다. 마니피캇을 통해 드러난 그녀의 영감과 삶은 갈릴래아에서 공생활을 시작하던 예수를 통해, 그리고 진복팔단을 선포한 그의 산상설교(마태 5-7)를 통해서 온전히 드러난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 18-19).”

 

최고의 예언자이며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해방자였던 예수를 낳고 기른 마리아! 그녀는 일찍 아버지를 여읜 예수와 함께, 의지할 곳 없는 과부로서 생활의 곤궁함도 겪으셨다. 그래서 사회 경제적으로 힘없는 이들의 아픔 또한 절실히 기억하신다. 우리는 마니피캇를 통해 신앙이외의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을 노래한 최고의 여성 예언자를 만날 수 있다.

 

 

사도시대 여성 예언자들: 강요당한 침묵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마지막 날에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 영을 부어 주리라.

그리하여 너희 아들과 딸들은 예언을 하고

너희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며 노인들은 꿈을 꾸리라

그날에 나의 남종들과 여종들에게도 내 영을 부어주리니 그들도 예언을 하리라.(요엘 3, 1-5: 사도 2, 17-18)”

 

예수의 승천 후 그는 약속하신 협조자 성령을 우리에게 내려주셨다. 오순절이 되었을 때 다락방에 모여있던 사도들에게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내려앉았고 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사도 2,1-4). 이 은총에 힘입어 성령의 은사로 예언하는 많은 이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여성에언자로 복음 선포자였던 필립포스의 네 딸들(사도 21,19)’이 있다. 또한 이름없는 초대 교회의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교회의 신앙적 유익을 위해 활발히 예언을 하였다.

 

하지만 사도 바오로는 여성들이 예언을 할 때 이교도적 신비주의 의식과 비슷하게 머리를 풀어헤지지 말라는 권고(1 고린 11,5)를 서간에 담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여성은 교회 안에서 잠자코 있어야 한다고 선언한다(1고린 14,34). 이로써 여성 예언자들에게 침묵이 강요되었는데,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다…(갈라 3,28)고 말했던 그의 선언을 뒤집는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이 고린토교회를 향한 선언은 중세시대를 거쳐 근 현대까지도 여성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은 성령과 교회의 역사 속에서 결코 멈출 수 없는 예언의 길을 걸었으며 오늘날에는 전세계적인 성령쇄신의 은총 속에 더욱 활발히 예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쇠나우의 엘리사벳:  하느님께 가는 다양한 길

 

마지막으로 살펴볼 여성 예언자는 베네딕토회 수녀이다. 1129년 하위 귀족가문에서 태어났고 18세에 수도회에  입회하였다. 첫 환시체험은 23세 성령강림 대축일에 하였다. 28세에 수녀원의 총 책임자가 되었고 35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전례 때 환시를 체험했는데 이때 모든 성인들과 통교했으며 특히 성체를 영할 때 자주 그러하였다.    
그녀의 대표작 <하느님의 길에 대하여 Book of God`s Ways>에 따르면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여러 곳에 있듯이 하느님의 길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고 확신했다.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 결혼한 이와 독신자를 위한 다양한 길을 책에 제시하고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나태함에 빠져 있는 동안 신심깊은 여성들은 성령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언을 하고 하느님 백성을 힘있게 이끌었으며 참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vistions 2).’

 

이처럼 그녀의 가르침은 예언자적 행위에 중점을 두어 교회의 부정과 나약함에 대해 공격함으로 성직자들의 반감을 샀지만 그녀의 책은 오랜 동안 많은 이들의 인기 있는 영적 안내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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