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구형 SM520 LPG 기화기 수리 이야기

햇살가족 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6. 2. 19:20

본문

첫째 아이가 태어나던 해 구입했던 SM520 LPG 자동차를 15년 넘게 잘 타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지난 2011년 여름 여행길에 시동이 꺼지는 일을 겪고 나면서 차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타고 다녔다.

 

문제의 상황
지난해부터 날씨가 더워지면, LPG 자동차가 시동 후 조금 운행했을 때 시동이 꺼져버렸다. 10분 후 쯤에 시동을 걸면 걸렸다. 근처 자동차 수리점에 가서 기화기를 교체하고 여러 부분을 측정해 봐도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것도 그러려니 하고 타고 다녔는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요 며칠 전, 오랜만에 가족이 나들이 좀 가려고 시동을 거는데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난감했다. 긴급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너무나 당혹스러울 거 같아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병을 고치려면 소문을 내라"는 말을 믿고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LPG 차량은 겨울에 시동이 안 걸리는 문제는 많았고, 여름에 시동이 안 걸린다는 글은 찾기 힘들었다. 어렵게 구글에서 비슷한 증상을 올려놓은 분의 글을 보고 LPG 전문 자동차 정비소 검색에 들어갔다.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하면, 택시 기사분들께 추천해 달라고 할 참이었다. 이리저리 검색하다 보니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 사무실 근처인 안양 호계동 국제유통센터에 있는 작은 자동차 정비소를 추천한 글을 발견했다. 칭찬의 글도 문제점을 꼬집는 글도 아닌 담담한 내용이었다.

 

 

미리 전화 예약을 하고 4동 113호 '상신LPG엔지니어링'을 찾아갔다. 70 전후의 형제 두분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소였다. 외관만 보면, 과연 이곳이 자동차 정비소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5~6평 크기의 리프트 하나 없는 수리점이지만, LPG 기화기로 받은 특허 몇 개를 걸어 놓고 있었다. 요즘 웬만한 자동차 수리점에 몇 대씩 있는 스캐너 장비도 보이지 않았다.

 

▲ 동그란 통에 들어있던 가스 필터와 LPG 통 쪽에 있는 가스 필터도 교체했다

 

초야의 고수
엔진 소리도 들어보고 미리 간단히 정리해간 증상을 읽어 보시더니 "기화기(carburetor)와 LPG 필터(이름은 기억 안 남)를 갈아보자"고 하신다. 지난 2011년에 근처 자동차 수리점에서 재생 기화기를 달았는데 그게 문제인 거 같다는 의견이었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한 시간 후에 돌아와 보니, 아직 땀을 뻘뻘 흘리시며 수리중이다. 기화기 수리는 1시간 전후를 생각하면 된다고 했는데, "ABS 브레이크 장착 모델은 작업이 곤란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했다. 11시 넘어서 수리에 들어간 차를 2시 넘어서 수리 완료하였으니 꽤 시간이 들어간 셈이다.

 

생각보다 수리 시간이 길어져 기다리던 중, 정비소 사장님과 알고 지내는 올해 67세라는 친구 한 분이 이 수리점에 찾아왔다. 당신도 지난해까지 고척동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했다고 한다. "자동차 수리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스캐너에서 잡지 못하는 부분을 잡아 낼 수 있다"고 했다. "역으로 문제의 원인을 발견할 수 없어서 스캐너가 있는 집에 가서 문제의 지점을 발견할 때도 있다"고 덧붙이면서.

 

이 수리점도 스캐너에서 잡아 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잡아내고 있었다. 대부분 운행 중에 발생한 문제 때문에 수리소에 가보면, 문제가 사라진 후라서 제대로 조치를 받을 수 없는데 그런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해 주고 있는 거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보면 이상 없다는 진단을 내리거나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을 때 당혹스러운 것처럼, 차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증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말 그대로 참 환장할 노릇이다. 이 정비소는 그 지점을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해결해주고 있었다.

 

 

경험의 힘
긴 수리 작업이 끝났다. 수리 완료 후 가스 측정기로 30분 넘게 두 분이 꼼꼼하게 체크하시고 조정을 해주신다. 그러면서 100킬로미터 정도 운행했을 때 다시 한 번 들러보라고 하신다. 그때가 되면 교체한 기화기 설정 값을 다시 한번 잡아주면 좋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예전 새 차였을 때 느낌처럼 신호 대기 중에도 차가 무척 조용해지고 안정감을 되찾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호 대기 중에 불안하게 바라봤던 들쭉날쭉 RPM 계측기의 바늘도 차분해진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미리 찾아볼 걸….

2022.07.25. 추가
상신LPG엔지니어링으로 연력해 본 결과,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때도 연세가 있었던 분들이었는데. 연락이 안돼서 안타까운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교차하였습니다. 이 추가 글을 쓴 시점 기준으로, 그때 교체한 기화기는 지금도 훌륭하게 작동합니다. 차도 잘 타고 다니고 있고요. 또다른 고수가 있다면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 운영지기 올림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