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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등대섬 당사도 이야기

햇살가족 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5. 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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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청잣빛 바다와 온대림이 우거진 그 곳은 4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보길도 예송리 해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30분 남짓 걸린다.
보길도 근처 노화도에서 정기 여객선이 오전 오후 하루에 두 차례씩 다닌다.
찻길이랄 것도 없지만, 배로 싣고 들어올 수 있어서 몇 대의 차도 보인다.



등대 아래 선착장에서 내려서 올라가는 길 옆으로는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후박나무, 천남성, 동백나무, 보리수나무 숲이 우거져 그야 말로 장관이다.
예전에 이 섬 사람들의 소득원 가운데 하나가 후박나무 껍질을 벗겨 파는 거였다고 한다.
그만큼 후박나무가 흔하다.


새 순으로 돋아나는 후박나무 잎이 햇살에 반짝인다.
산딸기도 보인다. 보리 벨 때쯤 따는 보리딸이 아닌
하늘로 커나가는 남쪽 지방 특유의 산딸기 나무에 탐스런 열매가 가득하다.




바람과 비

바람과 비에 깨끗하게 씻긴 돌담 안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섬 집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새로울 거도 없는 풍경이 되겠지만, 그곳을 떠나오면 간절히 그 곳이 그리울 풍광이다.



돌담이 무척이나 높았는데, 그 이유는 많은 바람과 관련이 있었다.
여름에 동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늦세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지형 조건이 높은 담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 섬에는 우리나라에서 몇 번째 안에 드는 중요한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섬 마을에서 산길로 1.5 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면 등대가 나온다.
그곳 등대는 20여 년 전, 대학생 때 친구들과 찾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잘 꾸며져 있었다.



등대 아래로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 절벽이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어올 때면 매서운 파도세례를 받아낸다.

 

열정

이곳 당사도 사람의 90% 이상이 천주교 신자다.
그 이유는 한 등대지기의 적극적인 선교 활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기가 없어서 집집마다 배터리를 충전하여 전깃불을 켜던 때(지금은 태양력 발전과 자가 발전을 경해서 전력을 충당), 그 등대지기기는 태양열 발전 시설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해 주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을 신자가 되게 하였다니 그의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도 그곳 등대 섬에는 아담한 천주교 공소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이 들어가면 가득 찰 공간에 십자고상과 성모님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서인지, 순수한 자연 때문인지 돌담에도 자연의 기상이 느껴졌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 녀석에게 "정말 좋지?" 하고 물어보자,"아빠에게나 좋지…" 하는 답이 온다.
아빠도 너였을 땐 그랬을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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