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수녀님과 추천사때문에 대화를 나눈 것이 엇그제 같은 데
얼마전에 수녀님의 새로운 산문집이 나왔다. 절친했던 지인인 고 박완서 선생님을 떠나보낸 그리움과 먼저간 지인들에 대한 못다한 정을
모아놓은 것이 감동적이었다.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여의치 못하다가
며칠전 가지고 있던 도서상품권으로 동네서점에서 책을 집어들었다.
화려한 꽃이 지고나면 생명의 열매를 알리는 잎이 보이듯이 우리의 모든 관계도 이러한 자연의 진리앞에 순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케 된다. 추천사는 차마 써주시지 못하고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의 친필 편지로 대신하고 있다. 고 박완서 선생님은 나도 열렬한 팬이다. 20대 초반 읽었던 자전적인 소설 <나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40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하신 것도 이채로웠다.
여러 소설에서 특유의 관찰력과 표현력으로
당당하게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엄마의 말뚝>,<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와 같은 작품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흥미있게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이야기 할때면 빼놓을 수 없는 <나목>은
가장 찬란해야 했던 20살의 대학교 1학년때 겪은 6.25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나는 거기서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가장 처절한 고통과 부닥치면서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정리하고 현명하게 추스려 가는지 볼 수 있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안타깝지만 오히려 이루지 못했기에 아름다운 추억이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도 고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책상위에 놓아 두시며 늘 읽으셨다.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한말씀만 하소서>, <그여자네 집>등
선생님의 수많은 글들을 어떻게 다 나열 할 수 있을까.
난 선생님의 글 속에서 힘들지만 늘 당당한 여자 주인공들이 참 좋았다. "인생 뭐 있어 훌랄라지?" 하고 치킨 사달라고 조르는 초등학생 큰아들의 문구처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약간 이기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들이 좋았다. 자기애 또한 험남한 이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하는 마음이 든다.
여튼 아직 수녀님의 시집은 조금밖에 못 읽었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 보고 싶다. 소녀시절 수녀님의 <두레박>을 교과서처럼 읽고 또 읽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들과 산문들에 나오는 순수함이 참 좋았다. 수녀님 아름다운 산문집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기~쁜 부활 맞으시길 기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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