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성당에서 나와 강화도 안쪽에 위치한 일만위순교자현양 동산으로 갔다. 맑은 날씨와 평화롭고 정겨운 논과 밭을 보니 마치 속세의 욕심을 버리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새롭게 세워지는 예쁜 펜션들을 보며 나중에 우리도 저것만큼 예쁜 집을 짓고 살자고 다투듯이 애기한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도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현양동산에 다다르니 먼저 단아하고 하얀 예수님상이 두 팔을 활짝 벌려 우리를 아주 아주 반갑게 맞아주신다. 마침 차 트렁크에서 찾아낸 잠자리채를 들고 기분이 ‘업’되어있는 우리 아이들도 반갑게 예수님께 인사드린다. 이곳까지 인도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신자들이 정성껏 가꾸어 놓은 현양동산으로 올라갔다.
걸음 걸음마다 초대교회사를 잘 요약해서 알려주시는 푯말과 묵상조형물은 순교자들을 현양하기에 앞서 성령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씻어주시는 것 같았다.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과 손이 묶여 끌려가는 순교자들 그리고 십자가에 엎드려져 태형(박해 시 형벌)을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의 여러 조형물이 있었다. 고즈넉한 산속에서 오직 순교자들과 하느님만을 묵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현양 동산 성당 앞에서 잠시 쉬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그 동안의 땀을 가져간다. 정상에 올라가니 병인박해 때 꿋꿋하게 신앙을 증거한 남종삼 성인의 유해가 일부 전시되어 있었다.
박해시절 순교자들의 유물은 신비한 기적도 낳았다고 한다. 나을 희망이 없던 병자가 순교자들의 피가 묻은 수건을 만지고 치유되었다는 애기와 참수당하거나 효수당할 때 쓰인 나무토막을 만지면 병이 나았다는 애기도 전해진다. 이곳에도 피로서 신앙을 증거한 흔적이 있었다. 바로 남종상 바오로 기념관이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 성모당 입구 아담하게 자리한 남종상 바오로 성인의 유해와 그가 남긴 글이 전시돼 있다. 지난 2004년 유해 발굴 당시 보존을 위해 알코올에 당근 유골에서 선연한 피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자리에 있던 인천교구 주교께서 직접 확인하였다고 한다. 피가 섞인 그 알코올이 순례자에게 신앙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영원한 삶을 사는 길을 잃지 말라고. 일만위성지 입구에는 “지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메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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